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심사조정위원

 

[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심사조정위원] 세상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름답고 조용하지만 실제로 보이지 않는 내밀한 곳에서는 여러 가지 경쟁 속에서 다수의 갈등이 존재한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의 관계가 상호간에 개인적 집단적으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흔히 법이 없이도 살 수 있다고 하는 어리석을 정도로 순수한 사람은 한번의 상처에도 회복할 수 없을 만큼 큰 좌절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언론 사회면에 자주 다루어지는 사건 중의 하나는 아주 가까운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 문제가 아닐까 싶다. 교수 임용을 빌미로 제자를 학대한 인분교수, 취직을 미끼로 동기생을 폭행한 악마동기생, 강의 알선을 빙자하여 대학원 후배를 노예처럼 부린 악마선배 등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최소한의 인간으로서 양심과 죄의식조차 없이 자행되고 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좌불안석하며 실의에 빠진 청년들이 대부분인 피해자들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환경이라는 대학 집단에서 스스로 약자로 인식하여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내하며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부담감으로 작용하여 취업이나 교수임용 등 미끼에 현혹되어 어쩔 수 없이 몸과 마음을 내맡겼을 것이다. 최근 일각에서 말하는 수저계급론과 같은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렵다는 착잡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부모의 배경과 수입 그리고 가진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사회적 약자에게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것은 평범한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치고 힘들게 한다. 이러한 행위는 관행과 실수 그리고 무지라는 이름으로도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절망을 말하지 않고 희망을 말 할 수 없다는 말처럼 분노와 용기가 없이는 이 세상에 희망이 없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의 의지와 결단일 수밖에 없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의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한마디가 진하게 느껴진다. “나도 너에게는 수없이 많은 다른 여우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지.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내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 “가령, 네가 오후 네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시가 되면 난 벌써 흥분해서 안절부절못할 거야.” “그럼 비밀을 가르쳐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 일부분이다.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단순하고 순진한 한 편의 동화에 불과한 어린 왕자는 감정적인 혼돈과 세상적인 욕심에 빠진 현대인의 짧은 생애의 모습을 거울에 투영하여 비춰 주는 것 같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베풀어야할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약한 자에게는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고통에 빠져 슬퍼하는 자에게는 위로를, 올바른 가치관으로 삶의 목표를 이룬 자에게는 칭찬을 주는 일이다. 서로 자신을 알아주고 진정으로 위로해주며 용기를 주는 가까운 사람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질 수 있다.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서 상처받고 고통으로 힘들지라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의지로 삶을 결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아무런 말없이 그냥 가만히 안아주며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싶은 봄날의 아침이다. 자신도 알게 모르게 저지른 실수나 과오가 주위 사람들에게 말 못할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다시금 돌아볼 시간이다. 봄은 상처받은 영혼이 새 생명으로 태어나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따뜻하고 생동감이 있게 한다. 삶의 여정에 동행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어린왕자와 여우처럼 서로에게 길들어지는 것은 상생과 사랑의 마음이다. 이 세상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진실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기에 아직 희망은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의 눈으로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을 찾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