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서울 취재본부장

[이득수 서울 취재본부장] 우리사회 전체가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에서 확인된 기계의 진화에 경악과 두려움에 떨었다. 그 인공지능이란 존재의 본질이 무엇인지, 인류의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에 잠길 틈도 없이 국민들의 관심사는 여야 각 당이 연출하는 막장 공천 드라마로 옮겨갔다. 야당도 만만치 않았지만, 특히 진박(진짜 친박근혜계)에 의한 구박·비박·친이계(친 이명박계) '공천학살'이 단연 압권이었다. 일일드라마처럼 내일 스토리를 궁금케 했다.

'총선의 해' 답게 정치 이슈가 국민의 이목을 사로잡는 와중에 중요한 뉴스 하나가 스치듯 지나갔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발표 시기를 어수선한 때로 잡은 건 아니었겠지만,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 지표는 암울한 현실을 일깨워줬다.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이 12.5%로 관련 통계작성 이후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15세에서 29세의 고용실태를 보여주는 청년 실업률은 지난 2014년 9.0%로 상승세를 타더니 1년 전인 지난해 2월엔 11.1%로 올랐고 급기야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마구 뛰어 오르는 모양새다.

공식 청년 실업자수는 56만명이다. 그러나 체감 청년실업률은 50%도 넘을 것 같다. 통계의 왜곡현상 때문인데 정부의 실업률 집계는 일자리를 구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만을 모수(母數)로 잡는다. 취직이 여의치 않아 대학원에 진학했거나 군에 입대한 사람, 일자리를 못 찾아 취업을 포기한 사람까지도 제외된다. 단기 알바생도 취업자로 분류된다.

청년실업 문제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우선 사회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활력을 잃게 만든다. 희망이 없는 사회로 몰고 간다. 소득양극화, 나아가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한다. 특히 인생의 목표를 잃고 집에서 부모에 게 얹혀사는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증가는 골칫거리다. 일을 하지도 교육도 훈련도 받지 않는 청년을 일컫는 니트족은 1990년대 유럽에서 발생해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으로 건너와 급속히 번성했다. 연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2004년에 약 19만명이던 니트족의 숫자가 현재는 85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밖에도 정식 직장을 구하지 않고 필요한 돈을 모을 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이 모아지면 일을 그만두고 소비하는 생활패턴을 반복하는 '프리터족(FREE ARBEITER)', 취직할 나이가 지났는데도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 외부와 접촉을 끊고 집이나 가상현실 등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사는 '코쿤족(COCOON)'등도 증가해 사회 문제를 심화시킨다.

청년실업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의 미래는 없다. 시점에 정치권과 경제계는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야권은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비난하지만, 정작 노동개혁법안을 비롯해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일자리창출 정책을 추진할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는다.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은 해주고 그리고 나서 안 될 경우 비판해도 늦지 않다. 대기업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고용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제대로 키우자는 정운찬 전 총리의 동반성장론에 새삼 주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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