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웅ㆍ소설가

얼마 전 뉴스를 보니 모 은행의 지점장이 고객의 돈 220억원을 횡령했다가 자살을 한 사건이 나왔다.
여기서 알게 된 것은 은행 지점장이 되면 마음먹기에 따라 수백억원의 돈을 횡령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구조적으로 그것이 가능한 모양이다. 이 경우 은행에 대해서 또는 지점장에 대해서 신뢰하지 않으면 누가 돈을맡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뉴스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인터넷을 통해 경제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듣던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구속되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구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자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시비가 엇갈리고, 과연 구속을 할 사안이냐 아니냐는 문제를 놓고 정치권(국회)에서 둘로 갈라져 싸우는 양상이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같은 인물, 같은 사안을 놓고 정반대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법이라는 것은 정의를 대변하고 죄를 응징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는데, 어떻게 해서 정 반대의 견해가 나올 수 있을까. 한쪽에서는 죄를 졌으니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죄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죄를 응징하는 법이라는 것도 그 사회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아주 묘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오고, 그것을 분간하기 힘든 세상은 바람직한 세상이 아닐 것이다.
미네르바 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신랄하게 경제 이야기를 하면서 좌충우돌한 것은 인터넷 문화라는 독특한 현실이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근본적인 것은 이 사회가 신뢰롭지 못한데서 원인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진짜이냐 가짜이냐는 문제를 놓고 논쟁하는 것도 바로 신뢰가 되어 있지 못한 사회 양상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네르바가 여러 명이 된 것을 보면서 필자는 문뜩 홍길동전을 떠올린다. 홍길동전의 저자는 그 시대의 부패상을 보면서 환타지 풍자소설을 쓴 것이다. 동에서 번쩍 나타나고 서에도 번쩍 나타나면서 여러 명의 홍길동이 나와서 의적 행세를 한다.
이번에 미네르바 신드롬도 경제가 형편없이 몰락하고,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싸움질하고, 사회에는 정의가 증발해 버린 것같은 절망감이 몰고 온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제가 안정되고 사회가 바로 서고, 문화의식이 정립되어 있다면 홍길동 같은 인물이 필요없을 것이다.
홍길동전이라는 이야기 자체도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없다.
미네르바가 쏟아낸 글들이 진실이냐 거짓이냐 또는 과장된 것이냐는 것은 개인적으로 별로 관심이 없다.
그 글에 사람들이 귀 기울인 현실을 중요시해야 할 것이다.
미네르바는 불신 시대의 이 사회가 만들어낸 화두이다.
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거나, 법을 적용해서 인터넷 언론에 본떼를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현상을 낳은 이 사회에 보다 큰 책임을 공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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