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요즈음 하루가 멀다 하고 자녀 학대 및 살해 소식을 듣는다. 젊은 부모가 자녀를 버리거나 학대하다가 살해하는 사건을 볼 때마다 끔찍하다. “죽을 줄은 몰랐다.”라는 말에서 그들이 얼마나 연약한 어린 아이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몰랐다는 것에 놀란다. 아마 그들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 후에야 그걸 깨달았을 것이다.

분노 조절 장애라는 말이 요즈음 흔하다. 이 분노의 대상이 자기 자식일 경우에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육체적 폭력 뿐 아니라 정신적 폭력도 흔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왜곡된 욕망의 분출로 나타나는 자녀교육열을 바라볼 때 그런 생각이 든다. 부모는 자신이 못 이룬 사회적, 경제적 성취의 한을 풀기 위해 자녀를 닦달한다. “네가 성공해야 우리 집안이 사는 것이다.”와 같은 정신적 압박과 함께 “너 때문에 창피해서 못살겠다.”, “이러다가 거지처럼 살게 된다.” 등등 온갖 협박으로 자녀의 공부를 위해 채찍질하며, 그것이 부모가 자녀에게 해야 하는 당연한 일처럼 여긴다.

그러나 이 역시 자녀에 대한 정신적 가혹행위이다. 어린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공포 속에 메말라간다. 이런 협박에 속아 만든 두려운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 아이들은 죽을 둥 살 둥 무의미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러는 동안 그들의 정서도 메말라 간다. 그들에게 미래는 돈이 있어야 살 수 있고 사회적 지위가 없다면 비참한 인생이다. 그리고 그들이 성인이 된 후에 스스로 그런 세계를 만들어 간다.

학교에서 내가 좋은 대학을 가고, 미래에 사회적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려면 내 동료를 이겨야 한다. 이런 무한 경쟁 시대에 우리는 남의 아픔을 돌볼 여유가 없다. 그래서 줄곧 내신 일등급을 차지하고 교대나 사대에 들어간 최근의 젋은 교사들 중에 어린 학생의 어려움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적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 교사교육을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무조건 똑똑한 사람을 교사로 뽑기 보다는, 학생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돌볼 줄 아는 교사가 더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사 선발 시험은 그런 면을 보지 못한다. 임용고사 역시 “교직”이라는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한 무한 경쟁으로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시도 교육청에서는 독자적으로 교사 선발을 시도하려고 한다. 이런 변화를 통해 어린 학생들이 아름다운 자신의 꿈을 꾸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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