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욱 한국교원대 교수

[이태욱 한국교원대 교수]  지난 3월 9일부터 15일 까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세기의 바둑 대결이 우리나라에서 다섯 차례 진행되었다. 언론에서 뉴스를 통해 미리 많이 홍보를 하여 우리 일반인들이 대부분 익히 알고 있었던 세계 최고 바둑 기사인 대한민국의 이세돌 9단과 구글회사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 서양에서는 바둑을 Go 라고 함)와의 인간과 컴퓨터 간의 숙명적인 바둑 대결이었다.

예전에도 가끔 서양장기인 체스(Chess)를 통해 인간과 컴퓨터와의 대결을 우리는 보았으며 컴퓨터와의 대결 승률로는 체스 분야에서는 컴퓨터 체스가 인간의 체스 최고수를 가끔 이겨 온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컴퓨터 바둑인 경우는 체스보다 훨씬 복잡한 경우의 수가 있는 경기인 관계로 지금까지 컴퓨터가 인간의 바둑 최고수를 이긴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번 컴퓨터 바둑경기에 우리가 유독 관심을 두었던 이유로는 지난해 10월에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유럽바둑 챔피언인 중국의 판후이 프로기사를 5대 0 으로 이겼으며 그 후 6개월 간 알파고는 소프트웨어 면에서 더 많은 보강을 하여 구글 입장에서도 어느 때보다 알파고에 승리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세기의 컴퓨터와 인간 최고수와의 바둑 대결 결과는 일반인들의 예상을 깨고 알파고가 이세돌 프로9단에게 4승1패로 이겼다. 알파고는 구글회사가 2014년에 인수한 영국의 딥마인드(Deepmind) 컴퓨터 바둑 전문 소프트웨어 제품으로 그동안 인간의 바둑 최고수를 이기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여 실력을 키워 온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바둑 강국인 한국, 중국과 일본 중심의 세계적인 프로기사 바둑의 기보를 모두 입력하였고 인지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딥러닝(deep learning) 알고리즘을 중심으로 준비하였다.

지난 2016년 1월 28일에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 Nature에 게재된 알파고의 딥러닝 알고리즘을 보면 지금까지 세계 최강인 아시아를 중심으로 그동안 공개 되어 있는 프로 기사들의 모든 기보들을 입력하여 이것을 기반으로 가치(value)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그 다음으로 학습이론에 근거하여 컴퓨터에게 프로 바둑 최고수들의 기보를 통해 학습을 한 후 강화 학습을 통하여 정책(policy) 네트워크로 전이 하고 몬테칼로(random number: 난수를 생성하여 수치셈을 하는 기법) tree 탐색을 통하여 최적의 바둑 수를 두게 구성 하였다. 그리고 그 후 비공개로 몇 명의 바둑 프로기사들과 비공식적인 대국을 통해 점검하고 지금까지 계속 진화 시켜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기사와의 바둑대결에서는 알파고가 이겼지만 인간과 컴퓨터가 컴퓨터 바둑을 두면서 인간이 컴퓨터보다 그래도 나은 점은 첫째로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창의성이다. 창의성은 인간 고유의 최고의 장점으로 우리생활 주변에 수많은 제품이나 도구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인간의 두 번째 장점으로는 인간의 뛰어난 직관력이다. 창의성과 일부 중복되는 개념이지만 흔히 번뜩이는 아이디어 같은 기발한 생각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장기(長技)이다. 특히 바둑 경기와 같은 경우의 수가 많은 경우에는 순간적인 직관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의 판단력이다. 앞으로 가까운 장래에도 이와 같은 컴퓨터 바둑 경기를 통해 바둑 프로 기사와 컴퓨터와의 컴퓨터 바둑 대국은 갈수록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아이러니하게 인간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인 컴퓨터를 통해서 컴퓨터 프로그램과 인간의 최고수와 계속 경쟁을 시키고 싶어 한다. 비록 앞으로 바둑 시합에서 컴퓨터가 인간의 최고수를 계속 이긴다 하더라도 결국 그 이기는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은 바로 우리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컴퓨터를 인간의 좋은 동반자로 인정해 주며 우리들에게 항상 도움을 주는 조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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