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열화당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정현숙 열화당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다시 선거철이 돌아왔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열흘 남짓 남았다. 이미 야당은 두 개로 분열되었고 여당은 그 안에서 세 파로 나뉘어졌다. 그리고 이어진 공천에서는 각 당이 그 어느 때보다 잡음이 많았다. 공천에 불복한 정치인들의 탈당과 타당으로의 입당이 이어졌다. 지난 몇 달간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분열과 비난과 모함이 난무했다. 배신의 정치라는 말에 보복의 정치라고 맞받아치며 제각기 자신의 입장에서 변을 쏟아내었다. 그러나 그 모든 소리가 국민에게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정치판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 적과의 동침을 식은 죽 먹듯 하는 것이 작금의 정치판이다. 자신의 이해득실에만 관심이 있고 도무지 국민의 불편한 심기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종국에는 한결같이 국민의 심판 운운하며 애꿎은 국민을 들먹인다.

  우여곡절 끝에 확정된 4.13 총선 등록 후보자의 경력을 보면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후보자들 가운데 절반이 세금을 안 냈거나 군대를 안 갔거나 전과가 있었다. 후보 647명(중앙선거관리위원회 3월 24일 오후 10시 공개 기준)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세금을 체납했거나 병역 미필 또는 벌금 백만 원 이상의 범죄 경력이 한 번이라도 있는 후보는 총 332명으로 전체의 51.3%에 해당된다. 이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것은 같은 조건의 19대 총선 후보자들을 훨씬 능가하는 수치다.
 
  19대 국회도 도덕성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폭행 혐의로 자진 사퇴한 의원을 비롯해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이유로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만 23명에 달해 18대 국회 21명, 17대 국회 18명을 넘어섰다.

  예로부터 정치인의 기본 덕목은 도덕성이고 납세와 병역은 국민으로서의 의무다. 세금 체납 등의 기본 의무를 소홀히 하는 후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후보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치인의 이런 도덕성 논란이 도를 넘어 정치 혐오 현상이 사회 전반에 만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들은 소중한 한 표를 정정당당하게 행사해야 한다. 깨끗한 20대 국회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을 꼼꼼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런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언론 매체들은 후보자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자주 제공해야 한다. 모두 다 검어도 그 중 가장 흰색에 가까운 사람이 누구인지 잘 살펴야 한다.

 정치인들의 행태를 생각하면 그까짓 한 표 포기해 버리고도 싶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내 지역을 대변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가장 깨끗하고 가장 유능한지를 잘 판단하여 귀중한 한 표를 현명하게 행사하자. 내가 뽑은 그가 향후 4년간 내 지역을 책임질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가 지역 유권자들의 든든한 지지를 받을 때 비로소 내 지역을 살릴 수 있다. 결국 소중한 한 표 행사는 그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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