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혜영 서원대 교수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을 되뇌며 영화 '콘택트'에 대해 글을 쓰려던 차에 한 친구와 갑자기 만나게 되었다.
친구의 모습이 주는 기쁨이 감사해서 '콘택트'는 잠시 접어두고 직접 '접촉'한 친구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친구는 항상 밝고 명랑하다. 걸을 때는 날아다니거나 신이 나서 춤을 추는 듯하며 늘 즐거운 듯 노래를 부른다.
겸손하고 남을 배려하고 호기심 많고 창의적이며 미래지향적이어서 존경스러운 마음이 든다.
매번 친구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곤 하는데, 지난번에는 등반가들이 베이스캠프에서 첫 고지에 도달하면 다음 고지로 곧장 가지 않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을 한 뒤에 다시 첫 번째 지점을 지나 두 번째 지점으로 가고 그 다음에도 도로 베이스캠프로 내려와서 새로 시작한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삶에서도 매번 더 멀리 나아가고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재충전할 수 있는 자신의 베이스캠프가 중요하다며.
이번에도 지금까지 자기만 생각하던 삶에서 터닝 포인트 해서 남을 위해 살고 싶다며 좋은 얘기들을 해준다.
一日一善. 우선 물질적인 선행이 있다. 또 남을 치료해주는 좀 더 높은 차원의 선행이 있으며, 삶을 이끌어주는 가장 고차원적인 선행도 있다.
친구는 11살이 된 첫 조카에게 지금도 "태어나 줘서 고마워" 라고 말해준다. "왜요, 고모?"하면 "네가 태어나서 우리 식구들에게 정말 큰 행복을 가져다주었거든."하고 축복해준다.
조카 생일마다 선물하고 챙겨주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대답은 단순하다. 너무 사랑스럽기 때문이란다.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꿈을 불어넣어주는 귀한 선생님이다.
전교생의 꿈을 담은 교지를 만드느라 연말에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어도 친구는 오히려 힘이 난다.
학년 초 모든 선생님들이 반 배정을 걱정하는 힘든 학생을 담임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사랑으로 대해주어 변화시켜주는 선생님이다.
동네 구멍가게 아주머니의 하소연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따뜻하게 받아주며 청주로 내려오는 짧은 시간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도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나누는 친구는 오래 아는 사람, 스쳐 지나는 사람 할 것 없이 만나는 사람에게 기쁨과 위로, 희망을 준다.
우리가 스치는 어려움에 처한 한 사람이 어쩌면 나를 위해 보내진 천사일지도 모르며, 우리를 힘들게 하는 한·두 사람이 바로 우리를 성장시켜주는 은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자기 친구가 "너를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축복받은 사람이야"라고 했다고 말해도 전혀 오만이나 자랑으로 느껴지지 않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더 위대한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도 있고 감동적인 말을 해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이 친구처럼 스스로 행복하고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며 마음먹은 선행을 바로 실천하는 사람은 흔히 보지 못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요가와 검도, 철인 3종 경기에도 상당한 수준이 될 정도로 자기 개발에도 열정적이다. 아는 의사가 덕목으로 배려와 겸손, 자기 관리를 꼽았는데 이 친구라면 그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않을까. 스무 살 때는 그다지 예쁘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불혹을 앞 둔 친구의 얼굴이 20대 때보다 더 젊고 예쁘게 느껴진다.
예전에 '조용헌 살롱'에서 나이가 들면 자신의 얼굴을 책임져야 된다며, 세 가지 귀격(貴格)을 소개해 주었는데, 하나는 지적인 분위기가 나는 지안(智顔)이고 또 하나는 호감을 주는 호안(好顔), 나머지 하나는 쳐다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낙안(樂顔)이다. 친구의 얼굴을 보면 낙안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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