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5치 9치의 작은 키에 헐어빠진 군복, 그리고 창백한 얼굴과 어딘가 우울해 보이면서도 날카로운 눈초리를 가진 초라한 모습의 젊음이. 이 사람이 바로 외딴 섬 코르시카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일약 유럽 대륙을 제패한 나폴레옹의 모습이었다. 이렇듯 천하를 눈 아래 굽어본 희대의 영웅도 무명의 사관시절에는 남달리 고독했고 거의 병적일 만큼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다.

 16세가 되던 해 그는 포병소위로 임관되어 르롱강 기슭의 발랑스 연대의 근무를 명령받는다. 그의 동료 사관들이 호화롭게 차려입고 술에 취하여 밤낮 무도회에서 여자들과 희희덕 거리고 있는 동안에도 그는 허술한 군복을 걸치고 오로지 책과 씨름했다. 하숙집 옆방 당구장의 소란한 소리를 참아가며 이마에 주름살을 지은 채 묵묵히 독서에만 골몰했던 것이다. 당시 나폴레옹의 친구였던 데루루티유는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다. "내가 하숙방 문틈으로 그를 엿보았을 때마다 비분과 빈곤과 실망과 탄식의 암담한 구렁텅이에 빠져 있으면서도 그는 더러운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으려 세계지도를 뚫어지도록 바라보며 마치 홀린 듯이 백묵으로 마루위에 무엇인가를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때로는 장검(長劍)을 반달 모양으로 휘어보기도 하며 선인(先人)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훌륭한 서적들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는 워털루의 싸움에서 패배할 때까지 연전연승(連戰連勝)으로 찬란한 전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면 그는 수많은 부하를 어떻게 파악하고 어떻게 그들이 가진 능력을 발휘케 했는가. 포술(砲術)에 수학을 활용하여 농민 출신의 병사를 교육시켰고 그들로 하여금 직업군인들로 구성된 기사(騎士)의 군대를 격파케 한다. 장교들의 이름을 철저하게 기억했다가 격전장(激戰場)에서는 그 이름을 소리높이 외쳐 사기를 북돋았다. 나폴레옹에게 호명(呼名)된 자 어느 누가 비겁하게 뒷걸음질 치겠는가.

 나폴레옹은 부하로 하여금 효과적으로 일을 처리하게 하는데 뛰어난 재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급하고 중대한 임무는 중요한 일을 잔뜩 안고 있는 바쁜 사람에게 맡긴다. 바쁜 사람일수록 일의 중요순위를 매기는데 뛰어난 판단력을 가지고 있으며 난데없이 튀어나온 급한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나 급하고 중대한 일에 쫓겨 어쩔 줄 모르는 사람에게 일을 떠맡기면 점점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고 한가한 인간은 능력이 모자라 이쪽기대에 어긋난다.

 뛰어난 상사는 모두가 부하의 장단점을 판별하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 부하된 자로서는 특명(特命)으로 긴급한 일을 맡을 수 있도록 중요 순위에 대한 판단을 그르치지 않는 '바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면 당신도 결국 상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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