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심완보 충청대 교수] 러시아 우화집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산골 마을에 두 농부 가족이 살았는데 한 농부 집에 소가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그 농부네 집은 매일같이 우유와 치즈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농사도 전보다 훨씬 잘 짓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농부는 무척이나 그것이 부러웠다. 그래서 배가 아파 이제는 병이 날 지경까지 이르렀다. 어느 날 요정이 그 앞에 나타나서 소원을 한 가지 들어줄 테니 서슴없이 말해 보라고 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농부가 말해야할 소원은 자기도 소를 갖게 해달라고 하는 것이 되어야 할 텐데 그 농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렇지 않았다. "이웃 집 농부의 소를 없애주세요" 인간의 질투와 시기심에 대한 핵심을 짚어주는 러시아 우화다.

 좀 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예로 1982년 독일의 사회학자 베르너 거스가 고안한 최후통첩이라는 게임이 있다. A가 B에게 일방적으로 제안을 하되 B가 받아들이면 타협, 거절하면 게임이 끝나는 게임이다. 실험에서 A에게 100달러를 주고, A 마음대로 B에게 나눠주라고 한다. 만일 B가 A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A와 B는 A가 제안했던 금액으로 분배를 받게 되지만 만일 B가 거절하면 두 사람 다 한 푼도 얻지 못한다. 인간이 합리적이라면 B는 A가 1달러만 주더라도 공짜로 얻는 돈이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제안을 받아 들여야 한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A가 40달러 정도는 제안해야 B가 받아들였던 것이다. 30달러까지도 합의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 이하에서는 거절했다고 한다. B는 A가 제시한 금액이 적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되면 자신이 한 푼도 못 받게 되는 한이 있어도 경우가 없는 A도 한 푼도 못 받게 되는 공멸의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이 실험은 전 세계 모든 문화권에서 수십 년에 걸쳐 실시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매번 거의 같은 결과를 나타내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성별과 피부색, 종교, 문화수준, 경제수준, 교육수준을 떠나 자신이 큰 손해를 보더라도 게임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제안자를 응징하여 공정함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간은 정당한 몫을 받지 못하면 일에 대한 흥미를 잃고 최선을 다할 수 없게 된다. 더 나아가 부당함에 대한 분노가 커지면 옆집의 소를 죽여 달라는 소원을 비는 러시아 농부처럼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극소수의 잘나가는 일부 계층들만 돈을 따는 시스템이 계속되고 이 같은 불균형을 오히려 더 강화하는 정책이 계속된다면 그 상태는 결코 지속 가능할 수 없을 것이다. 게임이 멈추면 약자들은 물론 그동안 많을 돈을 따왔던 소수의 강자들도 손해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므로 모두가 패자가 되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게임의 룰을 구성원 모두가 상생 가능한 공정한 룰로 바꾸어야 한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현실에서 게임의 룰을 정하는 지도층들은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힘이 부족한 약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할 때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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