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약 한달 전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이 있었다. 평소 바둑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진 않았으나, 세계 최고수 바둑기사에게 호기롭게 도전장을 내밀 만큼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성장을 했나 싶어서 그 결과가 자못 궁금했었다. 대국을 한 달 정도 앞둔 시점에서 이세돌 9단은 완승을 자신했다. 알파고가 중국 프로기사를 5대0으로 이기긴 하였으나, 수준에 차이가 난다는 것이었다. '바알못(바둑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세계 최강의 고수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 줄로 믿었다.

 대국을 하루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서 알파고의 원리와 학습능력을 전해들은 이세돌 9단은 5대0 승리는 아닐 것 같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제1국이 시작되었고, 모두 알다시피 알파고의 불계승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만약 이세돌 9단이 첫 판을 쉽게 이겼다면 이 대결이 이렇게까지 이슈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많이 발전하긴 했으나, 아직 인간의 고차원적 사고능력을 뛰어넘기는 어렵다고 안도하면서. 예상치 못하게 이세돌 9단이 제3국까지 내리 지자 알파고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기사까지 등장했다. 당황하거나 흔들림 없이 빛의 속도로 경우의 수를 계산하여 '신의 한 수'를 내는 알파고였기 때문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낼 수 없는 신묘한 수에 해설을 하던 프로기사들은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어리둥절하거나,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그렇게 비관적인 상황에서 극적으로 제4국을 따냈을 때 우리는 영화 '터미네이터'를 현실에서 보는 것처럼 환호했고, 이세돌 9단은 인류의 자존심을 지켜낸 존재처럼 부각되었다. 그렇지만 2번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알파고의 승리로 막을 내린 세기의 대국은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 일으켰다.

 이 대결을 지켜보면서 문득 작년에 무변촌 이동법률상담행사에 참가했을 때 한 중년여성으로부터 법률문제와 무관한 질문을 받고 당황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변호사님이세요? 미래에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판사, 검사, 변호사의 직업도 없어진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디선가 그런 기사를 보았다는 것이다. 당황스러움을 감추고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물론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직업 영역 중 일정 부분을 대신하고 있지만, 법률문제의 경우 1+1=2라는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고, 여러 가지 사실을 종합하여 1에 해당되는지를 결정하여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다가 그 과정에서 인간 특유의 직관과 고도의 가치판단이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법률가의 역할을 대신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대답이었다.

 이 생각은 알파고의 놀라운 능력을 본 지금도 유효하다. 바둑은 어찌되었든 361개의 점 중에 하나를 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놀랍도록 고차원이긴 하나, '계산'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필자의 생각과 달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선 인공지능, 로봇 등이 보편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판사 등 법률 관련 종사자는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직업군'으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과연 그러할까.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정확하다'를 넘어서 인간보다 '옳은 판단을 한다'라고 인정받는 암울한 시대가 온다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법신뢰를 위한 각 직역의 노력을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