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건양대 교수

[박기태 건양대 교수] 그 새내기들을 맞이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입시라는 각박한 상황과 시간에서 벗어나 대학 생활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과연 그들은 무엇을 느꼈으며 어떠한 꿈들을 꾸고 있는지 설레면서도 궁금하다.

 새로운 환경에 접한다는 사실이 간혹 어떤 이들에게는 두려운 사실일 수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설렘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까닭에 우리는 새로운 환경의 작은 것 하나에도 지나치지 못할 만큼 궁금한 게 가득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매년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몇몇의 학생들이 찾아와 영어를 잘할 수 있는 학습법에 대하여 상담을 청하곤 한다. 그들의 개인적인 능력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학습법을 제시해야하기 때문에 머리가 혼란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들을 상담하면서 안타깝게 느껴지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성급함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적은 노력으로 단시일 내에 많은 결과를 얻으려 하는 것이다. 그런 고로 이러한 일들이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에 학습에 대한 흥미를 점점 잃는 경우가 허다하고 결과만 쫓다 보니 배움의 참 의미를 잊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우리의 옛말에 "바늘귀에 실 묶어서 옷 못 꿰맨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우리 사회가 아무리 결과만을 추구할지라도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다고 심도 있게 꼬집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콩알만 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 그 콩알의 수천 배 수만 배가 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공부 또한 그렇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아주 조금씩 누적된 결과물이 지식이 되고 실력이 되기 때문에,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는 성급함을 버리고 정도껏 진실하게 천천히 노력은 하면 '공부는 즐거운 것'이라는 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도하는 학생들의 노력의 성과에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서 교수들도 꾸준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성향에 따라 수업 내용을 조절한다거나 노력의 결과가 저조한 학생들에게는 재도전의 기회를 주면서 열심히 하면 실패를 만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어야 한다. 또한 학습의 목표는 개개인의 차분한 강점과 지식을 접목해야 함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저술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센델 교수는 학습의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하여 학생들과의 토론을 중시한다. 그는 교수의 역할을 정보 전달이 아니라 호기심을 일깨우고 도전의식을 심어 주는 것이 임무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울 정도로 노력의 결과가 저조한 학생이 있다면, 학생과 눈높이를 맞추고 끊임없이 격려하는 것도 중요함을 덧붙이고 싶다.

 학생들이 좌절감으로 신음할 때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작은 것 하나라도 발견해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 교수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고로 새내기들은 물론 모든 학생들을 차분함과 진실한 노력으로 학습에 임했을 때에 그 결과물들을 정말로 귀중하고 값어치 있는 보물이 되리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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