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 변호사

[이영란 변호사] 청주지방법원에는 버스정류장이 가까운 동문과 두꺼비 생태공원을 바라보고 있는 정문, 그렇게 두 개의 문이 있다. 필자의 사무실은 법원 정문 앞에 있는 다리 건너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법원과 사무실을 오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원 정문 앞 그 다리를 건너야만 한다.

 얼마 전 여느 날처럼 재판이 끝나고 사무실로 가기 위해 법원 정문을 나와 그 다리를 건너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오른 편 습지 쪽을 바라본 순간 발걸음이 절로 멈춰졌다. 맑은 연두빛의 새순이 막 돋아나고 있는 나무들과 갖가지 봄꽃들, 그리고 그 안에 숨은 습지가 마치 그림엽서에 나오는 풍경처럼 너무도 아름다웠다.

 조금 전까지 법정에서 상대방 변호사와 날선 공방을 벌인 탓에 다소 신경이 곤두 선 상태로 사무실로 돌아가던 참이었는데, 다리 위에서 그 풍경을 본 순간 방금 전의 복잡한 심경은 어느새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렇게 다리 위에 우두커니 서서 나무들과 습지 풍경을 바라보다 문득 다리 중간 어디쯤에 "잠시 이곳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세요"라는 내용의 팻말을 세워두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 다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잠시 다리 위에서 풍경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한 번함으로써 법원에 가서 해결해야 할 분쟁이나 지금 처해 있는 곤란한 문제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전국의 법원을 다시 신축할 때는 아예 공원을 조성해서 그 안에 법원을 짓는 것은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늘 그 곳에 있었기에 무심히 지나쳤던 법원 정문 앞 다리 위에서 깨달음 한 가지를 얻었다. 문제에서 한 걸음 물러나 심호흡을 할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그 문제는 이미 해결되고 있는 거라는.

 꼭 법원 정문 앞 다리 위가 아니어도 좋다. 지금 있는 그 곳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봐도 좋고, 길가에 핀 노란 민들레를 바라봐도 좋다.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심호흡을 해보자. 그것만으로도 세상이 조금 전과 달리 보이고, 그로인해 짧게는 오늘 하루가, 길게는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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