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오늘은 2016년 4월 12일,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하루 앞둔 시점이다. 창문 너머로 국민에게 마지막 한 표를 부탁하는 선거 유세의 목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독자들이 이 칼럼을 읽을 때쯤이면 벌써 총선의 승패가 모두 결정되고 결과에 대한 분석과 논평이 쏟아져 나와 있을 것이다. 나는 이번 선거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시종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후보공천 단계에서 여야 할 것 없이 극심한 불협화음이 벌어졌다. 여당 새누리당에서는 일찍이 김무성 당대표가 주장하는 국민공천제에 친박계가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미국의 오픈프라이머리를 본뜬 제도라지만 누구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심각한 기술적 결함을 가진 이 조잡한 제도로 국가의 운명을 책임질 국회의원을 뽑겠다며 들고 나온 장본인이 집권여당의 대표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한구 공천위원장이 휘두른 무소불이의 칼을 맞고 유승민, 이재오와 같은 거물급 비주류 의원들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은 경악을 넘어서 섬뜩하기까지 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배후에 매우 특별하고도 강력한 어떤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확신을 많은 국민들이 갖게 되었을 것이다.

 야당의 난맥상도 가관이었다. 새로 취임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새 대표는 초반부터 강력하게 당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친노 패권주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공천과정에서 정창래, 이해찬과 같은 현역 중진위원들을 대거 낙천시키면서 인적쇄신에 성과를 보이는 듯했으나 비례대표 2번에 스스로의 이름을 올려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큰 실망을 사게 되었다. 일부에선 선출직도 아닌 대표가 어떻게 70년의 역사를 지닌 공당의 정체성을 파괴하고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가 하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제3당을 표방하고 나선 국민의 당은 어떤가?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의 구태정치를 지양하고 국민을 위한 중도개혁노선을 내걸고 거대양당구조가 고착해 버린 정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을 기대했는데 정치철학도 이념도 서로 다른 탈당파들을 긁어모은 잡당(雜黨) 형태가 되고 야권연대의 수용 여부를 놓고 공동대표끼리 충돌하는 태생적인 취약점을 노출시키고 말았다.

 선거전 막판에 이르러 이번에도 어김없이 상대진영을 향한 막말과 원색적인 비방이 쏟아지고 있다. 여당도 야당도 이렇다 할 건설적인 선거공약은 내놓지 못 하고 포퓰리즘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고정지지층을 상대로 읍소작전을 되풀이할 뿐이다. 이런 상황을 보고 혹자는 한국정치가 20년 전으로 후퇴했다고 평가한다. 세계경제가 악화일로로 침체하고 북한의 도발이 나날이 심화되는 요즈음, 한국정치의 이 혼탁하고 암담한 현실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국민의 현명한 판단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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