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은퇴 한 후 내 큰 형님의 직업은 큰 형수님 눈치 보고 사는 것이다. 하루 일과 중 대부분을 쓰레기 버리기와 집 청소에 바치신다. 여기에 무리들이 있을 때야 큰 형님이라는 권위 때문에 안 하시는 것 같아도 설거지까지도 하는 눈치이다. 그 밖에 부업으로 동생이나 지인들에게 좋은 글을 카카오톡으로 보내오는 일을 하신다. 카카오톡으로 보내오는 것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인생 살면서 새겨 들을만한 좋은 글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주 노골적인 음담패설이다. 나는 후자의 글을 좋아하지만 보내오는 글은 8:2로 전자가 훨씬 많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점심 식사하고 병든 닭 마냥 꾸벅 꾸벅 조는데 '카톡~' 이라는 신호음과 함께 글을 보내 오셨다.

 글의 제목은 "혹시 인생 시계를 알고 있습니까?"이다. 내용인 즉, 자신의 나이를 3으로 나눈 숫자가 지금 자신의 인생 시간이라고 한다. 21세 남자는 아침 일곱 시, 아침에 일어났으니 앞으로의 하루, 시간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36세 남자는 열두 시, 오전 일을 마치고 막 점심시간, 하루의 중반이니 아직도 설렘의 느낌이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51세 남자는 오후 다섯 시, 햇빛도 떨어지고 마는 해질녘, 앞으로 남은 시간들은 과연... 자신의 인생을 색다르게 바라보는 인생 시계. 당신의 인생은 지금 몇 시 입니까? 그래 그런지 지금 내 주변 사람들은 자동차로 치면 연식도 되고 20만 킬로는 달려서 그런지 요즘 부품 갈아 끼느라 정신들이 없다. 나도 요즘 수정체 갈아 끼웠는데 생각보다 빨리 회복이 안 되어 우울하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낫다. 암수술 받고 골골하는 지인들이 생각보다 많다. 모두들 그 간 참이슬과 시원에서 공로상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건 그렇고 또 하나 연 이어 보내 온 글을 소개한다.

 요즘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어이없는 웃음을 얻는다. 회갑잔치가 기억이 안 나서 육순과 회갑이 겹쳐서 "육갑 잔치 잘 치르셨어요?" 아이스크림 사러 가서 '설레임'이 기억이 안 나서 "아줌마 망설임주세요~" 은행에 통장 재발행하러 가서 "이거 재개발해주세요", '울 부모님은 한 살 차이 이신데요'라고 해야 하는걸 "울 부모님은 연 년생이세요" 친구 집에 갔더니 어머님이 "포크레인 먹어라~"알고 보니 콘프레이크 였다는. 식물 인간된 사람 병문안 갔는데 식물인간이란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아드님이 야채인간이 되셨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어요" 했다는. 커피 전문점 앞에서 한참 아프리카 얘기를 하다가 커피를 시키면서 "아프리카노 한 잔이요" 누군가와 전화통화하다가 갑자기 주머니를 뒤적이며 "나 핸드폰 없어졌다", "쫌 있다 통화하자"라면서 전화 끊었다는 내 친구.

 선량들도 당선되고 나면 아메리카노를 아프리카노로 말한다. 주민이 전화하면 핸드폰 없어졌다면서 전화 끊고, 금번 총선에서 당선된 분들 만큼은 분명 '아메리카노'를 '아프리카노'로 말하시지 않는 분들일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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