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서울취재본부장

[이득수 서울취재본부장] 4.13 총선은 청년실업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번 선거는  20대~30대가 일으킨 선거 혁명이었기 때문이다. ‘앵그리 영 보터(Angry young voter)’라고 불리는 2030세대가 투표소에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판을 갈아 엎었다.  야당을 제1당으로 만들고, 동시에 3당 체제를 이뤄낸 것은 혁명이다. 집권당이 제1당을 내준 건 16대 총선 이후 16년 만이다. 이대로 가면 향후 대권도 넘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여당 당대표가 신년기자회견에서 180석도 너끈하다고 큰 소리 친지 세달 만에 전문가들도 예측하지 못한 참패로 뒤집힌 데는 여러가지 분석을 나왔다. 공천을 둘러싸고 벌인 집권당의 막장 드라마와 오만방자한 갑질 행태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에 다들 동의한다. 그러나 승패를 결정지은 더 큰 요인은 극심한 불황과 청년실업이다.

특정인물 찍어내기와 식상한 인물 공천이 여당의 주력 지지층인 50대와 60대 이상 유권자들에게 기권하거나 교차투표를  하게 만들었다면, 지독한 청년실업은 2030세대 유권자들을 권력지형을 뒤바꾸는 투표 혁명에 떨쳐나서게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총선은 성향이 정 반대였던 2030과 5060세대가 합작해낸 셈이다. 물론 2030세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투표날이면 놀러가기 바쁜 2030세대가 기꺼이 분노의 한 표를 행사하도록 만든 요인은 일자리가 없어서다. 4.19혁명의 배경에도 50%를 넘는 실업률이 존재한다. 정부는 청년실업률 수치를 10%라고 하지만 군입대자, 상급학교 진학자, 구직포기자, 알바생 등은 모수(母數)에서 빠지기 때문에 통계가 왜곡돼 보인다. 실제로 피부에 와 닿는 현실 청년실업률은 50%가 훌쩍 넘어 보인다.

누가 책임져야 하나? 지금의 상황은 몇 개의 정권을 거치며 누적돼 온 결과물이다. 3년 2개월도 안 된 현 정부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불합리하다. 현 정권은 나름대로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갖가지 정책들을 시도했지만, 국회가 경제활성화법 등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켜 주지 않았다. 발목을 잡은 야당이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그렇더라도 최종적인 책임은 현재의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과 여당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사실 경제 문제는 이미 드러난 악재이기 때문에 영향력을 최소화 할 수도 있었다. 국민들이 정부와 여당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젊은이들의 울분을 어떻게 풀어주어야 할까를 고민하는 대신 밤낮 공천 싸움에만 몰두했다. 무능하고 낡은 인물을 그대로 내보내 집토끼들에게 찍으라고 강요했다. 집권당은 여론조사만 믿고 막연한 승리예상에 도취해 자기편 세력 확대에만 정신이 팔렸다. 전략도 없고, 변화에 무감각했고, 민의를 무시했다. 민심의 변화 요구를 파악하고 마음을 보듬는데 정성을 기울이고 비전을 보여주었더라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었다.

경제민주화를 실체가 없다고 매도했고 동반성장론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김종인과 정운찬을 끌어 안아야 했다. 이들의 주장은 지금도 유효한 것이다. 반면에 야당은 '문제는 경제야'를 모토로 내세우고 재빨리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불리는 김종인을 불러 비상대책위 체제를 가동하며 민심을 공략했고 정운찬을 모셔가려는 액션을 취했다. 이것이 판세를 결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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