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만물(萬物)에서는 흐르기를 멈추지 않는 물이 있고 늘 오르려는 물이 있으며 스치기를 멈추지 않는 바람이 있는 것처럼 늘 변화하고 바뀌는 것들을 일러서 동(動)의 속성이라고 한다. 그리고 생겨났으되 움직이지 않는 흙이 있고 단단하되 구하지 않는 바위가 있으며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는 수목도 있는 것처럼 늘 고요하고 변함이 없는 것들을 일러서 정(靜)의 속성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속성이 사람에게서 나타날 때에도 서둘러서 일으키려는 마음이 있고 불끈하여 타오르는 마음이 있으며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으며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마음도 있는 것들을 동(動)의 속성이라고 한다. 그리고 조용히 쉬고 싶은 마음이 있고 차분한 가운데서 머물고 싶은 마음이 있으며 홀로이서 긴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고 한가로운 것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들을 정(靜)의 속성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동(動)은 한없이 흐르고 변화하며 더러는 날아오르고 더러는 흘러내리고 더욱 새로워지기도 하며 더욱 바쁘게 움직이고 쉼 없이 돌기도 하며 한없이 깊어지기도 하고 매우 작아지기도 하면서 잠시 동안의 형태나 모양 그리고 기능의 그침을 용납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靜)은 그 자리를 지키고 그 고요를 지키며 항상 변화하지 않는 것이고 그 큰 것을 지키는 것이며 그 작은 것을 지키는 것이고 그 깊은 곳을 지키면서 그것의 변화를 막고 그것의 고요를 유지하며 그것의 안정을 이루고 그것의 특성을 지켜가는 것이다.

그래서 동(動)과 정(靜)의 특성이 서로가 조화를 이루면서 변화할 때에 좀 더 변화하여 들어가는 것도 있거니와 나오는 것도 있으며 빨리 가는 것도 있거니와 늦게 가는 것도 있으며 추운 곳도 있거니와 더운 곳도 있으며 바쁜 것도 있거니와 한가로운 것도 있는 것처럼 동정(動靜)의 작용과 조화(造化)로 말미암아 수많은 형태와 모양과 고저와 특성이 생겨나는 것이다. 또한 동정(動靜)의 법칙과 강유(剛柔)의 법칙이 함께 작용을 하여 더욱 특정을 만들고 더욱 대소를 만들며 더욱 차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치(理致)와 진리(眞理)가 따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동정과 강유의 조화를 연구하고 살피며 생각하는 바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자연계에서 상존하고 있는 유무동정(有無動靜)과 음양강유(陰陽剛柔)의 법칙을 모두 알 수는 없을지라도 인간계에서의 자신이 나아갈 때와 쉬어갈 때를 아는 것과 내가 하여야 할 것과 머물러야 할 곳을 아는 것은 스스로의 인격(人格)에 도움이 되고 스스로의 발전에 도움이 되며 스스로의 만족에 더 없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하여 참으로 순수한 동(動)일 때에 나아가고 그것이 참으로 선(善)할 때에 나아가고 그것의 동기가 선(善)할 때에 나아가고그것의 목적이 선(善)할 때에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름다움에는 선(善)함이 있어야 결실이 되고 강한 것에는 선(善)함이 있어야 결실이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아름다운 것과 강함의 조화(造化)가 적절할 때에 자신의 참다운 결실(結實)을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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