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청주시 용담명암산성동장

[김복회 청주시 용담명암산성동장] 사무실 앞의 화단에 붉은색, 흰색의 꽃들이 서로 시샘이나 하듯 피어나기 시작했다. 바라볼수록 예쁘고 대견하다. 이에 질세라 길가의 가로수 또한 연초록으로 물들고 있다. 만물이 소생하는 지난 주말, 시골 초등학교의 총 동문체육대회가 열렸다. 농촌 인구 감소로 인하여 폐교 된지 15년이나 되어 지금은 농촌 활성화 방안으로 체험 휴양마을을 운영 중에 있다. 다행히 운동장은 남아 있어 격년제로 동문체육대회를 연다. 도시에서 열리는 체육대회와는 많이 다르다. 모두가 형제요 친척들이다보니 요란한 경품은 없어도 서로 얼굴만 바라봐도 모두가 행복하다.

 오랜만에 만나 안부도 묻고,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바쁘게만 살아온 날들에 대하여 잠시 쉼표를 찍어 본다. 우린 반이 한 반밖에 없기 때문에 6년 내내 한 반에서 공부를 했다. 그런 까닭에 부모님을 비롯하여 형제자매, 심지어는 닭이 몇 마리 토끼가 몇 마리가 있다는 사실까지도 공유할 만큼 가까웠다. 어릴 적엔 그렇게 넓게만 보였던 운동장이 참 좁고 작다.

 체육시간과 쉬는 시간에 우리를 쉴 수 있게 한 울창했던 포플러 나무도 왜 그리 작아 보이는지…. TV가 귀하던 시절 친구들과 학교 숙직실로 TV를 보러 가면 숙직실 밖까지 넘치는 아이들로 숙직선생님께선 운동장에 모여서 볼 수 있도록 배려해 주기도 하셨다. 이런저런 아련한 추억에 젖어 있는데 후배들의 함성소리가 들린다. 사회자의 우렁찬 목소리와 음악소리가 잔치집 분위기로 이어진다. 기수별로 장기자랑도 이어진다. 게임으로 경품들이 주인들을 찾아가고 노래자랑에 대한 시상식을 끝으로 동문체육대회는 서서히 저녁노을 속으로 사라진다.

 동문체육대회 행사에는 동문들만이 아닌 연로하신 엄마들도 함께 하는 행사가 되었다. 아들딸들이 모처럼 함께 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텃밭에 나가셨다가도 툴툴 흙을 털고 구불구불 교정으로 들어서신다. 엄마들이 보기에는 나이 먹은 아들딸들이 마냥 어린 아이들 같을 게다.

 비록 옛날 학교 건물은 없어졌지만 그 자리에 세워진 멋진 체험휴양 펜션이 그나마 우릴 위로 해준다. 펜션의 방 이름이 1-1반, 2-2반, 3-3반 등으로 돼있어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체육대회가 끝나고 멀리서 온 동문들은 이방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도 한다. 우리들의 모교는 산골 동네에서 가장 큰 집이었다. 조영남의 노래 가사처럼

동구 밖엔 기차정거장/ 언덕위엔 하얀 예배당/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는 동네서 제일 큰집이였죠/
내 아내와 내 아들과 셋이서 함께 가고 싶은 곳/
논과 밭 사이 작은 초가집/ 내 고향은 충청도라오.

 기차정거장도 없는 우리 동네이지만 내 고향이 참 좋다. 전국적으로 농촌 인구의 감소가 계속되어 많은 초등학교가 통?폐합되면서 사라지고 있는 학교가 많다. 동네에서 제일 컸던 우리 학교가 사라지지 않고 이렇게라도 남아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 년 후에도 한 사람 빠짐없이 모두 이곳을 찾아 삶의 멋진 연주가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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