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아침에>장석원 영동대학 바이오지역혁신센터 산학협력 전담교수ㆍ농학박사

▲ 장석원 영동대학 바이오지역혁신센터 산학협력 전담교수ㆍ농학박사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는 말이다. 세계 경기가 침체 일로에 있는 지금, 많은 전문가들은 수출의 비중이 너무 높은 우리나라 경제가 현재 위기로부터 안정까지 경착륙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다른 원인들도 많이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너무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주요 수입국인 다른 나라의 경제 상황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지적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먹거리도 예외는 아니다. 한 나라의 식량공급량 가운데 국내 생산을 통해 공급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를 식량자급률이라 하고 보통 품목별로 국내소비 할당량에 대한 국내생산량을 %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옥수수 자급률이 40%라면 국내 생산량이 40%이고 나머지 60%는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한다는 말이다. 식량 확보도 전쟁이라고 부르는 요즘 안보 측면에서 그 중요성을 알릴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지표다.
사실 식량자급률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마트에서 먹거리를 구입할 때 원산지를 확인하면 된다. 그것도 보기가 귀찮다면 바로 다음 식사 때 식탁 위를 보라. 농산물은 차치하고 작년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소고기 파동으로 이젠 외국 축산물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게 되었다. 상상하기 싫지만 몇 년 전 미국에서 중국 상품없이 생활하기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것처럼 우리 밥상에서 외국농산물이 쌀마저 밀어낼 지도 모른다.
통계치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낮은 상태에서 좀체 변화가 없다. 1970년대 곡물자급률이 80% 이상이었던 우리나라는 최근 약 28%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주식인 쌀의 자급률은 약 98%.하지만 쌀을 제외하면 약 5% 수준이다. 특히, 밀과 옥수수는 2%에도 미치지 못해 우리나라가 국제 곡물가에 취약한 주범이 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 식량 자급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니 외국의 입장에 따라 우리 밥상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국제 곡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옥수수나 콩 등을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개발의 열기가 더해가고 있고, 중국과 인도 등 인구 대국의 곡식과 사료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구 온난화로 비롯된 기상이변이 잠재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작년 곡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되었던 투기자본은 언제라도 곡물시장을 노릴 수 있다.
이에 편승하여 최근에 곡물 수출국들은 식량의 무기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밀, 옥수수와 같은 주요 곡물 생산국인 러시아, 중국 등은 수출관세를 높이고 수출제한 조치를 내리고 있다. 표면적으로 자국 내 물가 상승 억제가 목적이라지만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요즘 중국처럼 급격한 산업화로 농업 인력이 도시로 유출되고 농지 전용으로 곡물생산이 감소하여 소비가 크게 늘면 농산물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꼼꼼한 셈이 필요하다.
그럼 우리나라의 대응은? 아쉽게도 당장 시원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정부가 식량안보 구축을 위해 국내 농지 확보, 해외 생산기지 구축, 안정적인 수입경로 확보 등을 추진하니 위안이 된다. 하지만 해외에 기지를 구축하거나 수입경로 구축은 해당 국가의 사정에 따라 매우 유동적일 수 있다. 따라서 국내 농지 확보와 기존 자원의 효율 제고는 매우 중요하다. 현재 국토 개발로 농지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농업인구는 급격하게 노령화 되고 있다. 식량안보의 기초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일주일이면 우리 최대의 명절 중 하나인 설이다. 마음 속에 "식량은 돈만 주면 얼마든지 사올 수 있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명절 음식을 준비하면서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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