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형 김천대 교수

[김기형 김천대 교수] 힌두교 전설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이 세상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행복이 인간에게 주어졌다. 인간들은 받은 행복을 남들과 나누지 않고 자신들만을 위해서 사용하였다. 이를 본 천사들이 회의를 열어 인간으로부터 행복을 빼앗아 버리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천사들에게 문제가 생겼다. 인간에게서 회수한 이 행복을 어디에 감추어 두는 것이 큰 고민거리였다.

 한 천사가 바다 속 깊은 곳에 감추어 두자고 제안하였으나 다른 천사가 인간들은 잔재주가 많아 바다 속은 곧바로 뒤져서 그것을 찾아 낼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이 세상 가장 높은 산에 숨겨두자고 말하자 인간들은 호기심이 많아 아무리 높은 산위에 숨겨 놔도 곧 찾아 낼 것이라고 말하였다. 모두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후, 천사들은 인간들이 아무리 잔재주가 많고 호기심이 크다고 해도 자기들 마음속에 행복이 숨겨져 있는 것을 깨닫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을 내리고 행복을 인간들 저마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 두기로 결정하였다.

  이 전설은 사람들은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으나 자신들 마음속에 있는 행복을 찾아내어 이를 살아가는데 활용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지적에 대하여 자식들 다 키우고 나서 먹고 살만해 지면 몰라도 아이들 키우랴, 직장 생활에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하랴, 대출금 갚으랴 이 모든 것들을 하다 보면 행복해 질 겨를이 없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이들에게 행복은 삶의 일부가 아니라 자신들이 어느 정도까지 자신의 임무를 다한 후 생의 후반에 얻게 되는 삶의 여유 내지는 사치라고 생각한다.

  물론 살아가면서 주변을 둘러보면 행복할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이 마음을 추슬러 행복해 지려고 노력하는 순간에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이러한 노력이 무색해진다. 대한민국 사회의 양극화로 인한 상류층들의 교만의 극치와 중산층의 몰락과 빈곤층의 좌절을 본다. 국회의원 선거 시즌이 다가 오자 국민을 등지고 무시했던 '직업' 국회의원들이 선거 시즌이 시작되자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느끼한 눈으로 국민들에게 아는 척을 하며, 자신을 뽑아야지 지역사회와 대한민국이 행복해진다고 달변을 늘어놓는 것을 본다.

  이렇게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는 행복하지 않고 행복해 질 수도 없다. 그럼 우리는 불안에 떨면 불행하게 살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스스로를 존중하고 우리에게 내재적 역량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문화를 나눔의 문화로 바꾸어야 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굳은 안보의식과 국민의 단합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주변의 일 때문에 우리가 행복하지 않다면 우리는 자신의 가치와 존엄성을 깨닫고 주변의 혼란스러운 질서를 평화롭고 정의로운 질서로 재편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힌두교 전설에서는 인간의 행복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의 행복은 국민들 스스로의 자아인식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현실 참여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행복은 우리 마음속에 숨겨진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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