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자 수필가

[한옥자 수필가] 일명 '빠다볼'이라고 불리는 사탕을 오래도록 기억한다. 열 살 전후에 집에 찾아온 손님이 두고 간 두 봉의 사탕 기억이다.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었다며 눈물마저 글썽이는 그 남자의 얼굴은 잊힌 지 오래지만, 그가 들고 온 두둑하게 담겼던 사탕 봉투와 사탕의 달콤함을 맛보고 행복했던 마음은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도 어제인 양 하다.

 맛은 입안에서 느끼는 감각을 총칭한다. 그중 네 가지를 기본 맛이라고 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가 '영혼론'에서 달고 시고 짜고 쓴맛으로 묘사했다. 기본 맛은 미각세포에 의해서 작용하고 그 외의 맛은 통증 신경이나 촉각 신경에 의해서 작용한다고 한다.

 맛 중에 어린아이가 좋아하는 맛은 단맛이 으뜸이다. 그래서 우는 아이를 달래거나 어를 때는 사탕이 요긴하게 쓰인다. 단맛은 맛있다고 느끼는 농도의 폭이 한정된 다른 맛에 비해 농도와 관계없이 무조건 맛있다고 느낀단다. 또한, 신맛, 쓴맛 등에 대한 억제 작용이 있고 미각에 불쾌한 느낌을 주는 맛이나 냄새를 없애주는 작용이 있다. 그래서 통조림 식품 등의 가공식품에는 대부분 단맛이 첨가된다고 한다.

 최근 사탕발림 소식이 들렸다. 소비 촉진과 내수 활성화, 근로자의 휴식을 위해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5일부터 8일까지의 징검다리 휴일에 돌을 하나 놓아주겠다는 것이다. 이 돌을 놓아달라는 비영리 민간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의 요청에 정부는 쾌히 허락하였다. 작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8월 14일을 대통령이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서 비판의 여론이 있었던 바와 비교된다. 그러나 공휴일은 관공서가 휴무하는 날로 관공서가 아닌 일반 사기업은 원칙적으로 임시공휴일을 따라야 하는 의무가 없다고 하니 모든 사업장 근로자가 연휴를 즐기지는 못할 것이다.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가족 간의 사랑과 사제 간의 고마움을 기념하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그리고 부부의 날이 있는 달이라 그렇다. 그러나 이날들은 모두 경제력과 관련된 날이기도 하다. 생각 나름으로 기쁨의 달이기도 하지만 가난한 가장은 주눅이 들고 살림하는 주부는 고통스러운 달이기도 한다. 모두 작은 선물이나마 주고받아야 하고 그러려면 돈이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을 비롯하여 대부분 대기업과 그나마 규모 있는 회사는 근로를 안 해도 임금을 지급한다. 그들은 좋아하겠지만, 대기업의 임금에 비해 턱없이 적은 임금을 받는 중소기업 근로자나 비정규직 근로자, 그 외 무노동 무임금 적용을 받는 나머지는 오히려 늘어난 휴일을 보낼 고민거리가 생겼다. 호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탓이다.

 광복 70주년 기념 임시공휴일에 대해 노총 소속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유급휴무가 65.6%였다고 하니 노조도 없고 소규모의 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결국 임시공휴일 소식은 사탕발림일 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불균형의 개선이나 최저 임금 보장 등의 소식은 없고 임시공휴일 소식만 들리니 등 돌린 민심을 대변하는 제20대 4·13 총선 결과가 생각났다. 말만 번지르르한 사탕발림이 아니고 진심이 담긴 진짜 사탕 같은 현실적인 민생의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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