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심완보 충청대 교수] 지난 3월과 4월, 엄동설한 겨울의 매서웠던 추위가 물러가고 날이 따뜻해지면서 들과 산으로 매화꽃, 진달래꽃, 벚꽃, 배꽃, 복사꽃 등이 연달아 흐드러지게 피며 외출을 유혹했다. 그렇지 않아도 겨우내 운동부족으로 움츠렸던 몸도 풀어주고 운동도 할 겸 등산이나 봄나들이를 계획했지만 봄에 접어들어 날이 따뜻해지며 거의  하루걸러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되어 나들이를 감행하려는 나의 용기를 꺾어 놓곤 했다.

2013년 WHO는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각각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다는 발표를 했다. 근거자료는 덴마크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논문으로, 초미세먼지(PM2.5)농도가 5㎍/㎥ 높아질 때마다 폐암 발생위험이 18%씩 증가하고, 미세먼지(PM10)는 10㎍/㎥ 높아질 때마다 폐암 발생위험이 22% 증가한다는 내용이었다. 환경부는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때 마다 문제는 중국 발 스모그 때문이라며 미세먼지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외출을 삼가라는 주의보를 발령하고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쓰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하지만 베이징의 초미세 먼지 오염도가 55㎍/㎥ 수준일 때도 수도권 일대는 70㎍/㎥ 안팎을 기록하는 등 관련 자료를 종합해보면 국내 스모그 원인은 중국 등 외부물질의 유입이 40%, 국내오염원 비중이 60%를 차지한다고 한다. 절반이 넘는 원인이 국내요인이고 국내 초미세먼지 배출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최근 들어서 선진국들이 그렇게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를 연일 고발하고 있는 것이 세계무대에서 무섭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위상을 견제하려고 하는 심리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니 미세먼지의 원인을 중국 탓으로만 돌리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수수방관만 하고만 있으면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을 것이며 이는 국민건강을 책임진 정부의 직무유기나 마찬가지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부터 알고 그 원인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으로는 디젤을 연료로 쓰는 버스나 트럭, 건설장비 등 대형 디젤자동차와 석탄 화력발전소, 직화구이 음식점, 노천 소각 등이 꼽힌다. 특히 자동차 타이어가 닳아 발생하는 먼지 등이 심각해 보이는데 타이어 마모에 의한 미세먼지는 디젤승용차보다 20배 더 많이 배출된다고 한다. 이는 앞으로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 등이 나와 배기가스가 줄어든다 해도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먼지는 막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커 보인다.

더불어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 중 하나인 화력 발전소도 큰 문제이다. 현재 운영 중인 53기의 석탄 화력발전소도 엄청난 대기오염을 초래하며 많은 수의 조기사망자를 초래하고 있다는데 여기에 추가로 20기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 사용을 줄이고, 석탄 화력발전소를 축소하고 있는데, 한국만이 거의 유일하게 미세먼지를 대량 발생시키는 에너지원에 집착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이 숨쉬기 편안한 나라에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지 않을까?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청정한 공기로 숨 쉴 수 있도록 정부의 현명한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