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건양대학교 교수

[박기태 건양대학교 교수] 봄의 햇볕을 마음껏 흠모한 오월의 나무들이 교정의 이곳저곳에서 나름의 싱그러움을 뽐내면서 그것을 만끽하려는 청춘들에게 설렘의 유혹을 넌지시 던지고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퇴근길에 교정을 걷다보면 옹기종기 모여앉아 재잘거리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젊음의 신선함을 느끼고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나의 대학시절 젊은 날의 소상을 조용히 음미하곤 한다.

  오월은 가족 또는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과 관련된 날들이 있어서 흔히들 '오월은 가정의 달' 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그러한 틀에 박힌 상투적인 표현뿐만 아니라 지금도 취업난에 허덕이며 한 평 남짓한 고시원 쪽방에서 가족이나 친지들을 생각한 겨를도 없이 책과 씨름하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청년들은 응원하기 위해서 '오월은 청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도전과 꿈을 가질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하는 달'이라고 한번쯤 말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예전부터 우리가 생각하고 그려온 대학교육의 목표는 진리의 불빛으로 세상을 교화하고 어둠을 밝히는 지성의 전당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한 까닭에 예지와 양심의 보루로서 젊은이들은 참된 인성을 겸비함과 동시에 어떠한 유혹과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진리 탐구와 미래를 향한 외로운 길을 가야 할 사명이 그곳에 있음을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현실적인 대학교육의 본질은 어떠한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는 미명하에 우리의 청년들을 무자비할 정도로 인성의 부재 속에 몰아넣고 타인과의 상관관계에서는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도록 종용하며 사대의 흐름에 따라 취업만을 향한 스펙 쌓기와 실력 지상주의를 추구하는 사회에 순응하도록 요구하는 대학 교육의 실태는 아쉽고 씁쓸할 뿐이다.

  지금 우리 청년들이 취업이라는 경쟁무대를 향한 시선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아마도 이런 사실은 그들의 패배의식이나 뒤처짐이 아니다. 국내무대에 대해 지쳤음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고 싶다. 더 이상 지적 활기와 학문적 진지성이 충실하지 못하는 캠퍼스 그리고 신뢰와 협력이 상실된 사회현실이 허망할 뿐이다. 그렇지만 청년들이 원칙과 자신의 명예를 소중히 여기길 바라며 아울러 오늘날의 급변하는 사회에 걸맞은 진취성과 유연성도 잊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떠한 책임이 주어지면 언제라도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부딪히는 젊음이었으면 좋겠다.

  따라서 혼탁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우리 모두가 책임져야 할 일은 여러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과 부패를 물리치고 '갑질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정의와 도덕적 예의로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어야 할 인재들을 길러 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성은 물론 지성 그리고 풍부한 사회적 감성을 갖춘 인재들을 배출해야 하는 일이 급선무라 생각한다. 나만의 삶이 아니라 타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려는 진취적 지성인을 길러내는 방향의 대학교육 본질만이 우리 청년들이 무한한 창의적인 꿈을 꾸게 하리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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