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모든 사회는 어쩔 수 없이 권력가들의 부도덕과 약탈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 속에 있는가? 비록 일부라고는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서 관료, 정치가, 기업가들의 도를 넘는 부정, 부패, 부도덕과 같은 일탈행동을 통해 일찍이 독일의 사회학자 칼 만하임이 사회병리의 한 증상으로 지적한 '사회적 약탈도덕'이 만연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약탈도덕이란 권력을 쥔 자들의 부정과 비리는 마치 합당한 것처럼 인정받음으로써 선량하게 사는 사람들의 도덕적 정신을 약탈하는 병적 사회현상을 말한다.

 만하임의 약탈도덕이론은 1930년대 독일에서 권력을 이용한 나치즘의 부패와 비리에 대항하기 위해 태동한 상징적인 저항지성이었다. 그는 사회란 어쩔 수 없이 권력가들의 부도덕을 묵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 속에 있다고 진단하고,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법을 만들고 공평하고 엄격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회는 그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집단이 또 다시 도덕적으로 부패하는 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적으로 약탈도덕이 일정한 선을 넘을 경우 군사쿠데타나 재스민혁명과 같은 기존 체제를 부정하는 사회적 사건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갈수록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국민을 위하고, 법이 만인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정치권력의 부침에 따라 법이 마치 고무줄과 같이 적용된다는 것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 있다. 더욱이 합법을 가장한 법에 의한 약탈은 법을 잘 알고 그것을 이용할 줄 아는 유식한 집단에 의해 저질러진다. 때문에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권력가들이나 가진 자들에 대한 법집행은 더욱 엄격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리더들이 돈과 권력 앞에서 정의를 내팽개치는 현상은 마치 유행처럼 되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약탈도덕이 유행할수록 선량한 시민들의 마음에서 도덕 감정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악감정이 차지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 악감정은 장기간의 경기침체 와중에서 권력가들의 부정과 부패, 정치권과 결탁한 기업가들의 끝이 보이지 않는 약탈도덕과 맞물려 이유 없는 방화나 폭력, 살인과 같은 사회병리 현상을 잉태하고 있다. 이런 부조리한 사회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처방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사회가 더욱 민주적이고 지도계층이 진실로 정직하고 도덕적으로 거듭나고, 공평한 판결이 일관되게 목격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권력가들은 좋든 싫든 국민과 의무적으로 소통하면서 국민의 뜻을 국가운영에 충실히 반영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그가 오래도록 권력에 머무를 수 있는 지혜이기도 하다. 일찍이 사회학자 하버마스는 건강한 사회를 위한 핵심적 메커니즘이 모든 계층 간 원활한 의사소통이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신록의 계절 5월에 새롭게 출발하는 20대 국회는 국민이 좋아하는 법과 정치를 통하여 국민의 가슴에 신뢰와 희망을 심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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