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연구미진으로 그 부작용을 알지 못해 벌어진 불행한 사고였다면 차라리 좋았을 것 같다. 그렇지만 슬픈 예감은 빗나가질 않는 걸까. 바로 옥시라는 회사에서 만든 가습기 살균제로 인하여 많은 사람이 급성폐질환으로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그 치명적인 부작용을 알면서도 제조와 판매를 강행했다는 의심이 드는 정황들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수많은 공장시설이 생겼고, 자동차의 보급이 보편화되면서 자체적으로 많은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고 있는데다, 중국에서 바다를 건너오는 황사 등으로 인하여 우리나라에서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를 일 년 내내 즐기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킬 수 없기에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고, 건조함을 막기 위해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인데, 그 가습기를 세척하기 위한 살균제가 우리 몸에 치명적인 물질이라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근본적인 고민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옥시사태와 관련해서는 악의적 불법행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부가 이 사건을 최종적으로 어떻게 처리하는지 매의 눈으로 지켜보아야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기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의무는 국가의 기능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보편적으로 ①개인의 자유와 안전 보장 ②외침으로부터 보호 하는 국가의 안보기능 ③사회 질서와 안전을 보호 하는 치안 기능 ④ 공공복리 증진 기능을 국가의 기능으로 들고 있다. 이러한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공권력과 국가의 재정을 잘 사용할 의무를 부담한다. 쉽게 말하면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안전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할 의무와 법과 질서가 확립된 공정하고 정의로우며 국민 모두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옥시사태는 여러 가지 면에서 현재 우리나라가 국가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또는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하는 사안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하여 무고한 많은 국민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일차적으로는 이러한 제품이 국민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검사해야 할 해당부처에서 그러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례적인 상황에서 피해자가 다수 발생하였고, 그 원인에 의심이 드는 사정이 있다면 국가에서는 적극적으로 역학조사에 나서 그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고, 정말 유해성을 알고서도 제조판매를 감행했다면 엄중한 처벌 및 상당한 피해보상을 하도록 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관련법을 정비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후속조치를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징벌적 손해배상 등 적극적인 조치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보아야 한다.

 법은 어디까지나 국가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유지하는데 필요한 방편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처리해야 할 사건·사고가 나지 않는 나라는 없다. 그렇지만 그러한 사건·사고를 처리하는 방식은 국가마다 다르고 질적 차이도 실재한다. 우리는 이미 충분한 사건·사고를 겪었고 그때마다 재발방지를 다짐했지만 개개인의 일시적 노력에는 한계가 있음을 목도해왔다. 국가차원에서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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