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예나 지금이나 부모들의 관심은 아이들 공부이다. 오죽하면 내가 중학교 다니던 시절 당시 가장 유명한 참고서가 '완전 정복'인데 이 책 표지에는 소위 전국의 명문 고교 배지가 인쇄되어 있었다. 가훈은 못 외워도 서울에 산다면 서울 4대 명문 고교인 '경기, 서울, 경복, 용산'은 외워야 했다. 그저 부모는 자식이 공부 잘 하면 그것이 인생의 가장 큰 보람이며 즐거움이었다. 하기야 우리 세대는 안 그런가? 아무리 사교육 억제 및 선행 학습 금지한다고 선행 학습 안 하는 아이들을 보기 어렵다.

 사교육비용이 하늘을 찌르고 학교를 조퇴하는 것은 봐주어도 학원과 과외를 조퇴하고 오는 것은 봐주지 않는다. 심지어 내 늦둥이 아들이 하는 말이 자기네 학교에서 가장 편한 선생님이 영어와 수학선생님이라고 한다. 많은 아이들이 선행학습을 하고 오는 관계로 아주 여유 있게 진도를 뽑는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이를 빗대어 다음과 같은 글도 통신망에 돌아다니고 있다. 이른바 '맹구 구구단'이다.

 6*3=빌딩, 2*8=청춘, 3*1=절, 5*2=팩, 2*4=센터, 2*9=아나, 7*7=맞게, 4*2=좋아, 5*2=길어, 8*2=아파, 9*4 =일생, 3*8=광땡. 이것을 보고 한참을 웃었는데 더욱 심화되고 있는 학벌 사회에 대한 비야냥이어서 씁쓸하다. 그건 그렇고 요즘 통신망에 맹구 구구단 보다 더 유명하게 다음과 같은 글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내용 인즉, 이세돌 때문에 전국 중3 엄마들이 난리라고 한다. 알파고가 어디 있는 학교냐고 말이다. 알파고가 바둑 세계 챔피온 이세돌을 이겼다고 해서 도대체 '알파고'가 어떤 고등학교 인지 알아보았단다. 특수고인데 그러다보니 근래 뜨는 특목고의 명단이 다음과 같이 나온다고 한다. 일단 알파고는 바둑 명문 고등학교, 리디아고는 골프 명문 고등학교, 미스고는 미모관리 명문 고등학교, 레디고는 시작하는 법을 알려주는 학교, 생활고는 가난을 극복하는 학교, 냉장고는 상하지 않게 보관해 주는 학교, 반창고는 찢어지면 수습을 해주는 학교, 화약고는 화약전문학교, 아이고는 어린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 무기고는 방위산업 고등학교, 헛수고는 다녀봐야 아무 소용없는 학교, 이윽고는 기다리면 기회가 온다고 가르치는 학교, 거문고는 교실 책상 모두 검은색 학교, 여리고는 맘이 여린 학생들이 다니는 고교, 주리고는 헐벗은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캐묻고는 수사 전문학교, 흔들고는 댄서 육성전문 학교, 느리고는 요즘 유행하는 슬로우 시티에 있는 학교, 더디고는 느리고가 유행하니 그 옆 동네에서 세운 학교.

 재미있는 것은 특수 고교 옆에 누구인지 '고맙고, 감사하고, 또 보고, 웃고'를 적어 놓았다. 맞다. 가장 명문 고교는 바로 '고맙고, 감사하고, 또 보고, 웃고' 아닌가 싶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 최고 4대 명문고인 '고맙고, 감사하고, 또 보고, 웃고'에 다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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