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주 선문대 교수

[안용주 선문대 교수] 한국인에게 '놀다, 놀이'는, 사람의 행위 가운데 한갓 뒹구는 짓거리로 여기거나 부정적인 어감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놀다'라는 사전적 의미는 '놀이나 재미있는 일을 하며 즐겁게 여기다', '어떤 일을 하다가 일정한 동안을 쉬다', '일정하게 하는 일없이 지내다'라는 복합적인 의미를 가진다. '놀이'라 함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즐겁게 노는 일, 또는 그런 활동', '굿, 풍물, 인형극 따위의 우리나라 전통적인 연희를 통칭하는 말', '일정한 규칙 또는 방법에 따라 노는 일'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강의 기적'과 함께 1인당 GNP가 79달러에 불과했던 대한민국이 이제 연간 GNP 3만 달러에 육박하는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섰지만, OECD 34개국가운데 노동시간이 가장 긴 국가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다. 불명예 1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연간 자살률은 체코(14.2명), 폴란드(15.3명)보다 훨씬 높은 29.1명으로 11년째 OECD 1위를 기록하고 있다. UN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에서 발표한 World Happiness Report 2016에 따르면 북유럽국가인 덴마크(7.526), 스웨덴(7.509), 아이슬란드(7.501), 노르웨이(7.413), 핀란드(7.413)가 1위에서 5위를 휩쓴 반면 조사국 157개국 가운데 한국은 카자흐스탄(5.919), 러시아(5.856), 폴란드(5.835)보다도 낮은 58위(5.835)를 기록하고 있다. 2005~2009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시절 조사했던 56위(6.9)보다 국민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OECD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 PISA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어린 학생들은 수학, 독해 등에서 평균이상의 높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행복지수는 65개 국가에서 제일 꼴찌인 65위를 기록했으며, 청소년 자살률은 OECD 상위 20개국 가운데 10위로 10대(4.5명)에서 20대(17.8명)로 가면서 자살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또한 60대(37.5명) 70대(57.6명) 80대(79.6명)로 고령자의 자살률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60년대 경제기적을 이루면서 앞만 보고 달려온 세대, 고교 졸업자의 82%가 대학을 진학하길 기대하는 부모에게 무언의 압력을 받고 있는 청소년 세대, 가족과 자녀에게 올인하다 헌신짝처럼 버림받은 아몰랑세대에 이르기까지 지금 대한민국은 정신적 궁핍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우나 메마르고 팍팍한 삶에 지쳐가고 있다.

 '노는 것', '놀러 가는 것'을 죄악시 하는 편견을 버리자. 잘 노는 것(휴식) 또한 삶의 중요한 덕목임을 가르치자. '놀이'는 피로를 풀어주고, 원기를 회복시켜주고, 생활에 탄력을 주고, 삶의 기쁨을 느끼는 계기를 제공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