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자기는 의지박약하며 결단력이 없다"고 한탄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열 사람 중 아마 여덟 사람쯤은 자기를 그렇게 진단하고 비관하고 있으리라.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지금 뛰어난 문필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A씨의 경우를 보자.

 A씨는 자신을 스스로 "나는 글렀다!"고 생각했다. 비관한 나머지 염세(厭世)의 늪에서 헤맸다. 마음을 추스르고 "자 이제부터 새로이 시작한다!"고 분발해도 사흘도 못가 그 결심은 무너지고 만다. 영어학원에 나가기로 했다가도 며칠 가지 못해 등록금만 손해 본다. 회사를 그만 두었다가 다시 취직하고 취직했다가는 곧 그만 둬 버린다. 다른 회사에 취직해 "이번에야말로 절대로 그만두지 않는다. 과장이 될 때까지는 계속한다!"라고 결심하지만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또 그만 둬 버리고 마는 것이다. 때로는 독립해서 무엇인가 해 보자고 마음먹지만 도중에서 좌절하고 다시 방황하기 시작한다. 그가 의지력, 실행력 없음을 스스로 한탄하는 것도 당연하리라.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A야 말로 의지의 인간이다" "결단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노릇인가. 요컨대 보는 각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A가 의지력이 없다고 스스로 한탄했지만 다른 이들은 A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A는 자기의 적성으로 보아 하고 싶은 일을 집념을 가지고 물고 늘어진다. 그는 결국 무엇인가를 해낼 것이고 그의 의지력, 결단력은 알아주어야 한다", "그 사람은 그만 두고 싶다. 그만 두어야겠다고 결심하면 그대로 해버린다. 우리들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결단력, 실행력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와 타인의 평가가 이렇게도 다른 것인가. A는 이렇게 술회하고 있다. "이 사실은 나에게 있어 귀중한 발견이었다. 어둡게 자기를 보고 번뇌하는 것보다 역시 나는 의지가 강한 모양이다. 그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결단력이 있는 것이라고 밝게 생각하고 각도를 바꾸어 자기를 보는 편이 훨씬 실리적이고 건강에도 좋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A는 부정적 생각을 멈추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 후 놀랍게도 의지가 강하게 되고 실행력이 좋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강하다. 끈질긴 실행력이 있는 것이다"하는 자기암시가 그를 변신(?身)시켰는지도 모른다.

 성격적 결함도 같은 것이다. 성격에 대한 자기 진단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주관적일 바에야 밝고 생산적으로 자신을 보라. 어떠한 성격적 결함이 있다 하더라도 그 나름대로의 사회적 유용성(有用性)은 있는 것이므로 보는 각도를 바꾸어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전환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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