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요즘 일자리가 없어 난리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 안정적인 직업을 구하기 어렵고, 비정규직 일자리조차 찾기 어렵다. 정부는 연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재교육을 통해 구인과 구직 사이의 미스매칭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찾느라 고심한다. 그렇지만 지난달에 결국 청년실업률은 10.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직장을 구하는 취업 준비생을 고려하면 실업률은 11.1%가 된다고 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답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서울대 출신들이 9급 공무원 시험을 본다는 말이 회자하고, 대학생들은 과거와 달리 대학원에 진학하기 보다는 취직을 서두른다. 학력이 높아지면 그만큼 기회가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취직의 문이 더 좁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30년 전 상황이 생각난다. 내가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펄쩍 뛰셨다. 부모님은 "성혜야. 네가 대학원을 마치면 결혼하기 힘들다"고 말하셨다. 부모님 시대에는 여성이 고학력이 되면 시집을 가기 어려웠는데, 여성과 남성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달랐기 때문이다. 지금은 남자들도 그런 시대가 된 모양이다.

 그 당시 결혼은 여성에게 중요한 취직이었다. 적령기에 시집 못간 여성은 지금의 시대에 취업 못한 청년과 같았다. 이제 그런 성차별적인 시대는 지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결혼 시장에서는 여자 박사에게 "박사임을 영원히 감추거나, 아니면 시집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고 한다. 결혼 뿐 아니라 취직도 마찬가지이다. 고학력 여성의 취업은 남성보다 어렵다. 남성과 동등한 능력을 가진 미혼 여성이라도 결혼 후 육아휴직 등을 고려하여 애초부터 뽑지 않으려는 기업이 너무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성가족부에서는 여성들의 새로 일하기 지원 사업을 통해 고학력 미취업 여성들의 교육과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의 중요 관건인 '여성들에게 일하기 좋은 직장'은 거의 없다. 여성에게 좋은 직장은 남성에게도 좋은 직장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못하는 것일까?

 과거에 내가 찾았던 해답은 우선 시집가고 그 다음에 공부하는 것이었다. 우여곡절은 겪었지만, 내 해답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고학력 여성에게 좋은 일자리를 찾기 보다는 우선 그들이 요구하는 기업에 취업시키고, 그 다음에 결혼과 육아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국가와 함께 해결해야 한다. 이 문제는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운이 좋아서 친정 부모님이 도와주시고, 외조에 적극적인 남편이 있는 여성만이 이러한 혜택을 누리는 시절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너무 많은 소중한 여성 인재들을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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