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 오늘 방한

내년 대선 앞두고 '일거수 일투족' 주목
새누리, 총선 참패 후 마땅한 후보 안보여
정진석 원내대표와 '의견 교환' 전망도

 

[서울=충청일보 이득수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정오께 방한하는 것과 관련해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반 총장의 행보는 그간에도 국내 언론의 추적을 받아왔고 주요 정치 뉴스의 소재가 됐었으나 이번 방한은 새누리당이 4·13 총선에서 완패하고, 대권주자로 꼽혀오던 잠룡들이 재기불능 수준의 지지율 타격을 받은 후 첫 방한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2년여 전부터 국내외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접촉의 기회를 가지면서 반 총장을 차기 대권 주자로 영입하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해왔고, 현재 여소야대 정치지형으로 국정추진 동력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의 방한은 청와대와 여당에 자극이 될 전망이다.

이를 반증하듯 새누리당 지도부와 충청 지역 국회의원들은 반 총장과의 면담 기회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25일 반 총장이 기조연설을 하는 제주포럼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반 총장이 차기 대권 획득을 의미하는 충청 대망론의 실질적인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이날 같은 충청 출신(충남 공주)인 정 대표는 반 총장과 만나 현 정국과 차기 대선과 관련해 어떤 방식으로든 의견을 주고 받지 않겠느냐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반 총장은 25일 제주에서 언론인 면담 및 제주포럼 환영만찬에 참석하고, 26일 오전에 황교안 국무총리 면담과 제주포럼 기조연설을 한 후 이날 오후에 일본으로 건너가 27일 열리는 G7정상회의에 참석한다. 29일엔 다시 방한해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국제로터리 세계대회 기조연설을 하고, 오후엔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한다. 30일 경주로 이동해 1일까지 열리는 경주 유엔 NGO컨퍼런스에 참석한다. 28일 하루가 개인 일정을 보낼 수 있는 날인데 이날 충북 음성 고향을 방문할 것인지도 관심사이다.

반 총장이 29일 오후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을 방문하는 일정을 잡은 것을 놓고 정치권에선 반 총장이 대선 가도에서 새누리당 친박계의 지지를 받기 위한 이벤트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편, 국내 언론 일각에서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친 직후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는 1946년 1월 1차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 '유엔 사무총장 지명에 관한 약정'에 퇴임 후에 특정국가를 위해서 일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제시하며 이같은 주장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대통령 취임이 퇴임후 15개월이나 지난 후가 되며, 더구나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과는 달리 유엔 총회 결의안 자체가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반 총장의 정치활동이 제한받지 않는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