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나 배우자 등이 사망할 경우 그 비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이나 배우자 등이 생전에 재산보다 부채가 더 많은 채무초과의 상태였거나 채무초과 상태로 의심이 가는 상황이었다면, 상속인들이 마냥 비통함에 빠져있다가는 예기치 못한 곤란함에 처할 수 있다.

상속인들에게는 피상속인(망자)의 재산뿐만 아니라 부채까지 상속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민법은 상속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피상속인의 채무를 모두 부담하게 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취지에서 상속인에게 상속 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주어 일정한 요건 하에 보호를 하는 제도를 두고 있고,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이 그것이다.

그 외에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서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하여 파산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상속인을 보호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상속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제도를 살펴보기로 한다.

두 가지 제도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누가 상속인이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민법 제1000조에 따라 상속 순위는 피상속인의 자녀와 손자녀 등 직계비속이 1순위, 부모 등 직계존속이 2순위, 형제 · 자매가 3순위, 4촌 이내 방계혈족이 4순위가 된다. 배우자는 직계비속이나 직계존속이 있다면 같은 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없다면 단독 상속인이 된다. 그리고 같은 순위의 상속인이 여러 명일 때에는 최근친(最近親)이 선순위 상속인이 되고, 동친등(同親等)의 상속인이 수인일 경우에는 공동상속인이 된다.

예컨대 사망한 A의 유족으로 모친 B, 배우자 C, 딸 D, D의 남편인 E, D의 자녀 F가 있다면, 직계비속 중 최근친인 자녀 D(손자녀 F도 직계비속이지만 최근친인 자녀 D가 상속인이 된다)와 배우자 C가 A의 1순위 상속인이 된다.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인들은 피상속인의 재산과 부채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피상속인의 최후 주소지를 관할하는 구청에 안심상속원스톱서비스를 신청하면 피상속인의 금융거래와 부동산 등의 재산 및 부채를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상속인은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중 어떤 제도를 선택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상속포기는 상속인의 지위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한정승인은 상속재산을 한도로 상속채무를 부담하게 되는 제도이다.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은 모두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심판청구를 해야 한다.

상속포기로 후속절차 없이 피상속인의 채권자에게서 벗어날 수 있지만, 후순위 상속인에게 상속이 개시되므로 후순위 상속인이 뜻하지 않은 곤경에 처하게 된다. 특히 후순위 상속인은 선순위 상속인의 직계비속일 가능성이 많으므로, 피상속인이 채무초과의 상태였다면 선순위 상속인들은 모두 한정승인심판청구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혹자는 1순위 상속인 중 1인만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 상속인들은 상속포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나, 두 건의 사건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익이 없다고 사료된다.

한정승인을 하게 되면 후속절차를 취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다. 알고 있는 채권자들에 대한 통지, 신문공고, 청산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물론 재산이 없을 경우 청산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그런데 한정승인의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할 경우 단순승인으로 간주되어 피상속인의 부채를 모두 상속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정법원으로부터 한정승인결정을 받고 청산절차를 거치기 전까지 상속재산을 임의로 처분해서는 안된다!!!

다만, 피상속인의 예금을 장례비용으로 사용하였고 그 금액이 합리적이라면 상속비용에 충당한 것으로 보아 단순승인으로 간주되는 처분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그러나 합리적인 금액의 범위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으므로 가급적 피상속인의 재산을 처분하는 일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청산절차 시, 피상속인의 재산이 금융재산에 불과하고 채권자의 수도 많지 않다면 상속인들이 민법상 청산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무방하다.

그러나 피상속인의 부채가 재산을 초과하고 피상속인의 부동산이나 자동차 등이 존재한다면, 상속인의 입장에서 경매 절차를 통해 환가하고 배당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므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99조 제2항이 규정한 ‘상속재산의 파산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간명하다.

마지막으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했더라도 피상속인의 채권자가 상속인들을 상대로 채무이행의 청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특히 상속포기자는 소송절차에 응해서 상속포기 사실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상속포기자가 아무런 이의를 하지 않아서 채권자의 청구가 그대로 인정된 경우에 상속포기자는 자신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막을 방법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에 대해 개략적으로 살펴보았으나, 위의 내용은 원칙적인 것이고 항상 예외는 있기 마련이므로 상속이 개시되었을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뜻하지 않은 곤경에 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설은주 변호사.

<약력>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사법연수원 제40기 수료

△법무법인 이강 대표

△㈜굿앤굿 자문 변호사

△한국대학야구연맹 이사

△법무부 인가 사단법인 한국준법통제원 정회원

△한국준법통제원 회생상담사 양성과정 강사

△전국신문인협회 자문변호사

△이데일리TV ‘폭풍전야 위기의부부들’ 출연

△(전)서울지방법원 외부회생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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