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숙 진천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

 

[배현숙 진천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 일하는 여성에게 결혼은 약일까? 독일까? 경제적 자유와 행복을 위해 아이를 갖지 않는 딩크족에 이어 이제는 '비혼족'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고 한다. 결혼을 통한 자녀출산과 양육 등의 경제적·육체적 독립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에듀챔버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면서 나는 늘 단원들의 결혼소식에 긴장한다.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할 정도로, 특히 여성에게 결혼은 생애 전체의 흐름을 바꿔놓는 중대한 전환점이 되는 듯하다. 마치 매뉴얼이 있는 것처럼 똑같은 과정을 거친다.

새처럼 자유롭고 에너지 넘치게 한 1-2년 악기를 배우다가 어느 날 한두 번 지각을 한다. 남자친구가 생긴 것이다. 달콤한 데이트를 끊고 일요일 5시에 연습실에 나타나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가히 짐작이 간다. 그러다 결혼 날짜를 잡고, 결혼 준비와 양가 인사로 서서히 결석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결혼식을 마치고는 일단 신혼 초 아직은 사랑이 넘쳐나는 남편의 외조로 몇 개월은 나름 성실히 연습에 임한다. 한 일 년쯤 지나면 수줍게 임신 소식을 알리고, 초기엔 태교차원에서 출석을 하다가 몸이 무거워지는 7개월 이후엔 서서히 출산 준비기에 접어들면서 잠수해 버린다. 올해 10월! 또 한명의 단원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 벌써부터 불안한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그녀를 지켜보는 나 또한 불안해하고 있다. 결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그녀의 삶이 평범한 이들의 생활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로 성공한 아내를 위해 가사와 육아를 대신 책임지는 남편을 뜻하는 '트로피 남편(Trophy Husband)'이란 신조어가 있다. 미국에서 트로피 남편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알려진 칼리 피오리나 휴렛패커드(HP) 회장의 남편 프랭크 피오리나는 아내가 MIT 경영대학원 특별연구과정에 입학하자 두 딸의 양육과 가사를 맡았으며, 멕 휘트먼 이베이(eBAY) 사장의 남편은 보스턴에서 신경외과의사로 근무하다 부인이 캘리포니아의 이베이 사장으로 옮길 때 사표를 던졌고, 아내가 직장을 옮길 때마다 함께 이동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뮤지컬배우인 최정원씨의 남편 외조가 유명하다. 그는 '아내 최정원'보다 '배우 최정원'에 대한 애정이 더 크다며 "배우로서 공연장에 들어가면 집안일은 모두 잊어야 한다."고 늘 말한다고 한다.

이들처럼 과감하고 감동스런 외조는 아니더라도 육아와 가사를 공동으로 분담하며, 열린 대화를 통해 꾸준히 서로의 성숙을 위해 노력하는 부부, 삶의 의미를 느끼고 함께 즐길 줄 아는 부부, 서로의 목표를 돕고 성장시키는 부부가 된다면 '결혼'이 그녀를 아끼고 인정하는 많은 동료나 선후배, 직장 상사를 불안케 하는 일이 되지는 않을 듯싶다. 나는 예비 신부인 그녀에게 오늘도 조언하고 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취미로 인식하지 않게 더 열정적으로 참여하라고! 그리고 일요일 두 시간은 나를 위한 시간으로 당당히 쟁취하라고! 내가 건강하고 즐거워야 가정도 건강하고 행복해진다고!

 드라마속 송중기처럼 나를 심쿵하게 만드는 이상형 배우자도 재력가도 아니었지만, 나의 취미생활을 온전히 인정해주고 내가 무언가를 배우고자 할 때 늘 관심과 격려를 주었던 남편이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결혼 시즌이다! 연봉은 얼마고, 차는 무엇을 끌고, 아파트는 몇 평짜리를 갖고 있는지를 계산하지 말고,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키워줄 수 있는 진정한 인생의 파트너를 찾고자 노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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