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우 서원구 농축산경제과장

 

[이운우 서원구 농축산경제과장] 봄날의 앞장을 열었던 노란 산수유, 개나리꽃도, 온 세상을 하얗게 물들였던 벚꽃도 진지 오래고 이젠 연산홍 붉은 꽃이 지고 파란 잎으로 채색되며 봄날은 간다. 앙상했던 은행나무들도 이젠 제법 은행나무로서 위엄을 갖추며 파란색으로 물들었고 연초록빛 버드나무 가지들은 제법 푸른색갈로 어른스러워지며 봄날은 간다. 솜털 같이 포근한 햇살도 오후에는 쬐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따가워 차안은 에어컨을 가동 시켜야만 하는 정도로 봄날은 간다.

연초록 여린 새싹에 반짝 이는 이슬비의 물방울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봄날은 가고, 싱숭생숭한 봄바람에 송홧가루 사방으로 흩어지며 봄날은 간다. 여인들의 옷차림이 잠자리 날개처럼 하늘하늘한 시원한 옷차림에서도 봄날은 가고,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석가모니 태어나신 날 등 많기도 많은 행사 중에도 봄날은 간다. 점심만 먹으면 나른하여 눈꺼풀 속으로 아지랑이가 아른아른, 꿈속인가 일상인가 일장춘몽 속에서도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라는 장사익의 애절한 목소리에서도 봄날은 간다.

모든 봄날들은 가고 또 다시 오고 가는 봄은 내년에도 다시 이 자리에 모여 노랗게, 하얗게, 빨갛게 물들이며 지금처럼 또 다른 봄을 지나고 있으리라. 나의 지나간 봄날들은 어디로 해서 어디로 다시 올 수 있을까? 돌아올 곳은 과연 있는 것일까? 봄바람에 뿌옇게 낀 황사 먼지 자욱한 하늘을 바라본다. 무엇인가 해야 한다. 생계와 연관되지 않은 일일지라도 영혼을 살찌우는 뭔가를 해야 한다. 어떻게 찾아야하는가?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 하는가? 시간이 갈수록 해야 하는 것이, 하고 싶은 것이 늘어만 간다.

붓글씨, 글쓰기, 골프, 헬스, 그동안 소홀했던 종교생활에다 오늘 어느 분이 서각을 추천하여 서각까지 추가해 본다. 가능할까? 그러다 아무것도 못하는 것은 아닌지 괜한 걱정까지 보탠다. 우선 아무거나 먼저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시간이라는 핑계 거리가 늘름하게 버티고 있어 핑계 아닌 핑계 뒤에 숨어 안주하고 있었는데이젠 그 버팀목이 없어 졌으니 무조건 시작해야 한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이라도 시작을 해야 한다.

시간이라는 핑계에 숨어 있던 경제라는 방해물은 또 어떻게 피해가야 하는지? 그런데 마음과는 달리 자꾸 이것저것 비교하며 핑계 거리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자꾸 망설여지기만 한다. 이걸 먼저 할까? 저걸 먼저 시작 할까? 다음에 할까? 그러다 이내 봄날은 하염없이 모두 지나고 만다.

다시 올 수 없는 공직에서의 마지막 봄날은 멀리 멀리 송홧가루 속에 묻히며 또 다른 봄날의 하루가 지난다. 다음에 오는 봄날엔 그때 얼마나 현명하게 선택 했는지 후회 없는 선택을 했노라고, 또 다른 인생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었노라고 자부 할 수 있는 봄날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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