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80대 할머니 살인사건 현장검증]
피의자 신씨, 장애인 같지 않은 치밀한 모습
유가족 "늘 따뜻하게 대해 줬는데…" 오열

▲ 충북 증평군 80대 할머니 살인사건 피의자 신모씨(58)가 29일 피해자의 집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권보람기자

[증평=충청일보 곽승영기자] 충북 증평읍 한 가정집에서  할머니(80·여)를  목졸라  숨지게 한 신 모씨(청각장애인 2급)의 현장검증이 29일 오전 실시됐다.

이날 신 모씨는 A할머니 집에서 할머니를 목 졸라 숨지게하고 사체에 대한 성추행하기까지의 범행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신씨는 이날 오전 9시 40분께 갈색 모자와 파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슬리퍼 차림에 수갑을 찬 채 범행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족들은 신씨와 마주치자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현장 검증은 신씨가 담을 넘어 할머니 집에 침입한 뒤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농산물을 훔쳐 달아나기까지 전 과정을 재연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청각장애인인 신씨의 이날 현장 검증에는 수화 통역사 2명이 이례적으로 동행했다.

신씨는 할머니를 욕보이고 목을 조르는 상황을 재연하면서 수화 통역사의 말에 고개를 가로젓거나 끄덕이는 행동으로 당시 상황을 40여 분 동안 태연하게 재연했다.

할머니를 살해하고 신발을 가지런히 놓거나 방에서 나와 발자국을 감추기 위해 빗자루로 마룻바닥의 흙을 쓸어내리는 상황에서는 장애인 같지 않은 치밀한 모습도 엿보였다.

특히 신씨는 할머니 집에서 훔친 농산물을 침입한 반대방향의 담 뒤에 던져놓고 달아나기도 했다.

현장 검증이 끝나고 신씨가 호송차에 타기 전 유가족과 마을 주민들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욕설을 하며 경찰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신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한 경찰은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는 지난 15일(추정) A할머니를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농산물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현장을 지켜보던 유가족들은 오열을 하며 "장애인이라 늘 따뜻하게 대해 줬는데 어떻게 이런일이 발생할수 있냐"며" 경찰이 당시 CCTV만 확인했어도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겠다 "며 "더는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