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한국을 방문중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충청권 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그동안 대권 도전 여부를 놓고 말들이 많았으나 이번 방문으로 도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지난 28일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찾아가 인사했다. JP는 충청도를 대표하는 원로 정치인이다. JP 방문은 함축의 의미가 있다. 물론 둘만의 대화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지만 대권 도전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30분간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눴다. 반 총장은 안부 인사차 들렀다고 하나 시기가 시기인만큼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JP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밀 얘기만 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언론에 직접 이야기 하기가 불편한 내용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반 총장은 "국가의 원로고 대 선배님이시니 인사차 들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 역할을 설명했고, 김 총재가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열심히 마지막까지 임무 잘 마치고 들어와라'고 격려 말씀을 했다"고 밝혔다. 의례적인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반 총장은 지난 25일 "내년 1월 1일이 한국 시민이 되며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대권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관측이 나온 후에 JP를 방문한 것이다. 반 총장은 29일 경기도 일산과 TK(대구경북) 지역인 안동으로 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동 하회마을로 이동한 것이다. 반 총장은 임진왜란을 기록한 징비록을 남겼던 서애 류성룡(柳成龍) 선생의 고택을 방문하고 서애 선생의 업적을 기렸다. 이는 충청권과 TK 세력을 연대해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애 선생은 임진왜란 중에 명나라 원군을 끌어들여 조선 외교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반 총장은 하회마을 방문 후 경주로 이동 '유엔 NGO 콘퍼런스' 조직위원장이 주관하는 환영 만찬에 참석하고 30일에는 경주화백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유엔 NGO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과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반 총장은 지난 28일에도 고 건, 노신영, 이현재, 한승수 전 총리 등 각계 원로 13명과 만찬을 했다. 신경식 헌정회장,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모임은 정관계 원로들과의 대화를 위해 마련됐다. 만약 내년에 대권에 도전하게 되면 이들이 멘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 총장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면서 충청도 인맥은 누가 있는지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시종 충북지사와 이종배 의원, 이언구 충북도의회 의장 등은 반 총장과 충주 중·고교 선후배 사이로 알려졌다. 외교부 출신에서는 충북 영동이 고향으로 반 총장과는 서울대 동문인 신각수 전 외교통상부 차관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충남 출신 중에는 임덕규 백소회 총무가 절친한 사이로 전해진다. 반 총장의 이번 방한으로 내년 대선 고지를 향해 힘찬 첫 걸음을 띤 것으로 볼 수 있다. 충청권 대망론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충청도는 변방이 아니라 국가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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