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옛날에 어떤 가난한 철학자가 돌멩이가 많은 나라를 방황하고 있었다. 그곳은 가난한 지방이었다. 어느 날, 군중들은 그를 에워 샀다. 그는 가는 곳마다 인용(仁勇)하는 교훈을 말했다. "그대들은 내일을 걱정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노고는 그날로써 충분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내일을 걱정하지 말라"는 철학자의 말을 거부했다. 그들은 이 말이 실행하기 어려우며 동양의 신비주의라고 공박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일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족을 위해서 보험에도 들어야 하고 늙었을 때에 대비해서 저축도 해야 한다. 입신출세를 위해서는 장래를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고 아이들을 남부럽지 않게 교육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그래야 한다. 확실히 내일 일을 주의 깊게 생각하고 준비하고 계획해야한다. 그러나 이런 일에 몰두한 나머지 지나친 불안을 가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보통 때 한 장의 널빤지 위를 태연히 걸어갈 수 있으며 철도의 레일 위를 의젓하게 걸어갈 수도 있다. 누구도 여기에 어떠한 공포감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5층 빌딩 사이에 걸쳐 있는 널빤지요 레일이라면, 과연 그 위를 태연히 걸을 수 있을까. 평형을 지키는 능력과 운동의 미묘하게 정확한 조정, 근육활동의 조화. 이런 것들이 생명의 위기감(危機感)에 의해 깡그리 파괴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으로부터 해방되어 있는 몽유병자(夢遊病者)는 마치 땅 위에 놓여있는 널빤지나 레일 위를 걷고 있는 것처럼 태연하게 걸어갈 수 있다.

 분명 몽유병자는 고층 빌딩 사이에 놓인 널빤지 위나 벼랑 위에서라도 자유롭고 평온하게 걸어갈 수 있다. 깨어났을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기묘한 기술과 힘을 나타내는 것이다. 만약 그 위험한 상태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큰 소리로 외쳐 그를 깨어나게 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틀림없이 그는 지금 자기가 처해 있는 위험한 상태에 동요될 것이다. 공포심 때문에 다리는 말을 듣지 않고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조금만 실수를 해도 그 높은 곳에서 곧장 떨어져 즉사하게 되리라. 공포나 불안, 회의를 가지고서는 충분히 자기의 능력으로 해낼 수 있는 일도 못하고 만다.

 아무리 훌륭한 결단이 있었다 하더라도 불안이나 회의에 휩싸여서는 계획의 완수를 바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결코 현실과 유리된 계획을 세워서는 안 된다. 그러한 계획은 반드시 실패의 불안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바라보며 착실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라. 그리고 안정된 기분으로 하루하루 충실하게 이를 실행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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