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1회 대한민국 연극제 참가작

[충청일보 오태경기자] 1회 대한민국 연극제가 오는 3일 충북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막을 올린다. 이번 행사는 16개 시·도 대표 팀이 20일 간 열띤 경연을 펼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연극 축제다. '국민 모두가 인생이라는 무대 위 진정한 주연으로서 생명을 존중하고 희망을 노래하며 살아가자'는 염원을 담아 '대한민국, 연극에 살다-생명의 울림·희망의 향연'을 슬로건으로 하며 오는 21일까지 각 지역의 대표 팀이 자존심을 건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인다. 개막을 이틀 앞두고 이번 연극제 무대에 올라가는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충북 대표 - 혈맥(충북연극연합)
김영수 작·이창구 연출
4일 오후 4시·7시

1947년 해방 직후 서울 성북동 언덕배기 이른 여름. 복덕방 거간 털보와 그의 아들 거북이, 몰락한 양반 가문의 후손인 깡통 영감과 그의 딸 복순이, 그리고 기생 출신의 후처 옥매, 일본 탄광에서 돌아온 원팔네 가족 등 일제시대에 파놓은 방공호를 집 삼아 살아가는 이 세 가정을 중심으로 한 밑바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대구 대표 - 우체부가 된 천사(원각사)
민복기 작·김미화 연출
5일 오후 4시·7시

우체국 분류실. 오늘도 우체국 3인방의 맛깔스러운 수다가 하루를 연다. 그들은 쏟아질듯 한 편지들과 택배물, 고지서에 파묻혀 살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리드미컬한 수다 덕분에 분류실은 익숙하고도 정겨운 공간이 된다.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에 답장을 하고 혼자가 된 노인에게 안부를 여쭙는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단지 우편물이 아니라 그들의 시간이자 애정이며 삶의 일부분이다.

◇강원 대표 - 카운터 포인트(속초연합)
이반 작·변유정 연출
7일 오후 4시·7시

이 극은 16세기 청나라가 조선을 침략해 남한산성을 함락하고 조선 왕 인조가 삼전도에서 수모를 겪으며 조선의 세자 소현과 왕자들, 그리고 귀족 자제들이 볼모로 청나라에 잡혀가는 데서 시작된다.
청나라는 명나라로 쳐들어가기 위해 파병을 강요하는 등 조선에 부당한 요구를 계속 하지만 볼모로 잡혀간 조선의 세자 소현은 청의 요구에 맞서 조선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소현은 폐허가 된 명의 수도 북경에서 독일 신부 탕약망을 만나게 되고 신부가 전해 준 서양의 발달된 과학과 문명을 접하면서 조선으로 돌아가 나라의 개혁과 과학화를 시도하리라 다짐하고 조선의 번영을 꿈꾼다.

◇광주 대표 - 경종비사(아트컴퍼니 원)
원광연 작·연출
8일 오후 4시·7시

장희빈의 아들 경종은 30년을 왕세자로 있으며 수많은 죽음의 위기를 넘긴 끝에 왕위에 오른 조선의 20대 왕이다.
그는 노론의 핍박을 받으면서도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았다. 그런데 정작 왕위에 오른 뒤 4년의 짧은 기간을 보내고 죽게 된다. 힘이 없던 30년을 버텨 온 그가 힘이 생긴 후에 4년을 넘기지 못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전남 대표 - 향숙이(예인방)
김진호 작·송수영 연출
9일 오후 4시·7시

나주역 앞에서 대폿집을 운영하는 향숙은 30년 전 남편과 아들을 사고로 잃었다. 향숙은 그 빈자리를 대폿집으로 채우며 두 사람의 영정 앞에 김치죽을 매일 끓여 올린다.
어릴 적 친구 상달은 그런 향숙이 못내 안타까워 방송국 PD인 조카 정태를 통해 향숙네 김치와 김치죽을 맛집 명품으로 소개할 생각을 한다.
주변 사람과 짐을 나누면 향숙이 조금이라도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어 방송을 추진하지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향숙의 둘째 아들 만석이 창피하다며 번번이 향숙의 의지를 꺾어놓기 때문이다. 만석에게 해가 될까 출연을 고사하는 향숙을 설득하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주변 사람들의 격려에 힘입어 결국 녹화가 성사된다.
 
◇부산 대표 - 표풍(바다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최은영 작·연출
10일 오후 4시·7시

왕산악, 옥보고의 대를 잇는 신라 최고 거문고 명인, 귀금. 그에게서 진정한 거문고 소리를 얻기 위해 안장과 청장은 귀금이 사는 지리산 골짜기를 찾아온다.
그러나 귀금과 신중들은 안장과 청장을 탐탁해하지 않으며 허드렛일만 시킨다.

◇제주 대표 - 꿈이로다(가람)
정현주 작· 이상용 연출
11일 오후 4시·7시

제주도 하고도 섬인 우도(소섬). 우도의 고씨 무당의 딸인 송중이가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온다는 소식을 들은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잔치를 벌이고 있고 드디어 송중이가 도착을 하자 동네사람들이 축하를 해주는데, 정작 엄마는 당연한 일이라면서 오히려 야단법석을 떠는 것에 못마땅하다며 화를 낸다.
그 날 밤부터 몸살 기운이 있다는 송중이. 이상한 꿈에 괴로워 잠을 설치는데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읍내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오라고 한다.
 
◇울산 대표 - 로망을 찾아서(무)
김행임 작·전명수 연출
12일 오후 4시·7시

18살 때 지독한 가난이 싫어 집을 나온 우직의 장인은 자수성가한 재력가다. 그는 무남독녀인 딸 윤경이가 좋은 사위를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었다. 고심 끝에 아내와 딸에게도 비밀로 하고 커플 매니저인 정숙을 찾아가 아파트와 빌딩을 사위될 사람에게 주기로 하고 마음에 드는 데릴사위를 얻기 위해 광고까지 낸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사위를 맞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건을 내세우자, 마음에 드는 사위를 맞이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경남 대표 - 강목발이(현장)
임미경 작·고능석 연출
13일 오후 4시·7시

의적으로 태어났으나 억울하게 참형을 당해 원귀가 된 참도깨비 강목발이는 저승길을 거부하고 인간의 몸 속에 기생한다. 옥황상제 명을 받은 저승 도깨비들은 진주시 옥봉동 철거촌에서 강목발이를 봤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를 잡으러 온다.

◇대전 대표 - 철수의 난(나무시어터 연극협동조합)
윤미현 작·김상열 연출
14일 오후 4시·7시

생동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낡을 대로 낡은 골목길에 살며 10년 동안 공무원 시험에 몰두했으나 번번이 낙방한 나머지 자신을 자본주의 사회에 끼어들지 못 하게 하는 거대 음모세력이 있다고 의심하게 된다.
철수는 한 평생 도라지나 까고 금반지는 한 번도 껴 본 적 없는 데도 착착하기만 한 할아버지·할머니의 삶, 어린 나이에 먹고사는 일에 본능적으로 매달리는 동생 철근의 행동, 30년 째 취업을 위한 성형으로 본 얼굴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고모, 지금의 비루한 삶을 뒤바꿀 수 있는 기회는 전쟁 뿐이라고 믿으며 살아남기 위한 군사 훈련에 열중인 아빠·감씨·우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거대한 음모 세력의 지령에 따른 간첩 활동이라 의심한다.
 
◇서울 대표 - 파국(성북연극협회)
이중세 작·박정석 연출
15일 오후 4시·7시

통일신라 845년 문성왕이 즉위하자 서라벌과 청해진은 장보고의 딸을 왕비로 맞이하는 문제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는다. 문성왕의 아버지 신무왕 김우진과의 선약 파기는 장보고에게 배신감과 더불어 모욕을 주게 되고 서라벌 중앙 귀족들은 신분 제도의 유지·강화를 위해 평민 출신인 장보고 집안과의 혼인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한편, 보현의 문하에서 동문수학한 자강과 운각은 자신의 입신양명과 가치 추구를 위해, 각각 두 진영 사이에 몸을 의탁하고 경쟁한다. 장보고의 반란에 노심초사하던 서라벌은 운각이 제안한 계책을 받아들여 염장을 시켜 장보고 암살에 성공한다. 
청해진은 충격에 휩싸이고, 서라벌은 안도한다. 그러나 왕의 눈에 장보고의 환영이 보이기 시작하고, 운각은 미쳐버린 왕이 휘두른 칼에 손목이 잘린다.

◇전북 대표 - 다시 꽃씨 되어(까치동)
홍자연 작·정경선 연출
16일 오후 4시·7시

이제 28살이 된 소정이는 14살인 자신의 자아와의 싸움을 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가 꿈인 소정의 오디션장에 자아가 나타나 오디션을 방해하자 제대로 노래 한 번 불러보지 못 하고 도망친다. 자신 만의 동굴로 또다시 숨어버린 소정을 지켜보는 가족과 지인들은 안타깝기만 하다.
소정은 자아와의 싸움이 계속되던 중 자아가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14살의 그 날을 놓지 못하고 자책하고 있음을 깨닫고 애써 외면하던 그 사건을 마주하러 고향을 다시 찾아간다.
고향에 도착한 소정은 이장님을 만나게 되는데 반가워하는 이장님에게 모른다며 도망쳐 옛 친구들과 추억이 가득한 아지트로 향한다.

◇인천 대표 - 배우 우배(십년 후)
이강백 작·송용일 연출
17일 오후 4시·7시

극 중 자신이 맡는 배역의 인물에 지나치게 몰입하곤 하는 배우 박우배는 새로운 작품이 끝나고 자신이 마주하게 될 상실감과 허탈감이 두려워 새로운 작품의 대사조차 제대로 외우지 못 한 채 괴로워하며 배우의 길을 포기하기로 결심하고 술을 마시다 남장 여자 가수의 얼굴에 상처를 내 경찰서 유치장에 들어가게 된다.
그 곳에서, 우연히 20년 전 수학여행에서 실종된 친일파의 손녀 송준미의 자료들을 훔쳐서 모으고 있던 제갈조를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가짜 송준미 역할을 맡아 그에게 돌아올 유산을 나눠 갖자는 제안을 수락한 박우배는 점점 송준미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며 몰입해가면서 점차 '진짜' 송준미가 되어간다.
 
◇경북 대표 - 바보 아리랑(둥지)
전영준 작·오영일 연출
18일 오후 4시·7시

흥선대원군의 쇄국 정책은 일본의 강화도 조약으로 인해 개화의 물결로 이어진다.
청나라와 러시아 등 강대국의 침탈 속에 일본은 한반도 수탈을 위해 서서히 다가서고 있었다. 메이지유신 이후 강대국 틈에 끼어 일본은 한반도를 선점하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나라 안으로는 민초들의 동학운동으로 인해 고종과 명성황후는 어쩔 수 없이 청나라와 러시아에 사신을 보내 손을 내밀게 된다.
 
◇충남 대표 - 그녀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홍성무대)
김세한 작·전인섭 연출
20일 오후 4시·7시

일만은 정심과 첫날밤을 보내고 곧 헤어져 인민군에 입대했다가 유엔군 포로가 돼 국군에 귀순하고 전쟁을 끝마치지만 그로인해 오매불망 일만을 북에서 기다리는 정심과 생이별을 하고 만다.
그 후 아내 정심과 상봉할 날만 기다리며 부칠 수 없는 편지를 60여 년 간 쓰고 있다.
 
◇경기 대표 - 아카시아 꽃이 피었습니다(마중물)
방성창 작·이은정 연출
21일 오후 4시·7시

25년 전 아내와 사별 후 홀로 벌을 치며 무료한 일생을 달래던 아버지가 다리를 다쳤다.
이 소식을 들은 예순이 넘은 세 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아버지와 여생을 함께 하기로 결심하고 남편과 자식, 손자·손녀들의 걱정과 만류를 뒤로한 채 고향 시골로 향한다.
고향집 툇마루에 앉아 변해버린 고향의 전경을 바라보며 옛 추억에 잠기고, 어릴 적 아카시아 활짝 핀 길을 걸으며 아카시아 꽃을 따먹던 기억부터 시작해 아버지와 세 딸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세 자매에게 충격적인 비보가 날아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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