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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
송정란  |  news@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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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1.22  17: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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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정란건양대교수

우리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인 용산 철거민 참사 사태를 보며 폭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역사는 사실 폭력의 역사에 다름아니다. 국가적 폭력을 행사하여 영토를 확장하고, 같은 민족끼리 폭력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권력을 장악해 왔다.
권력을 잡은 계층은 제도적 폭력으로 국민들을 통제하고 다스렸으며, 개인적 폭력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관철시켜왔다. 인간의 문화와 문명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원시적 힘의 표출인 폭력은 인간 내부에 그대로 남아 역사의 어두운 면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실상 인간은 수천 년 지속된 갖가지 폭력의 피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다. 폭력을 행사한 쪽이든 당한 쪽이든 긴 역사적 안목에서 보자면 그 누구도 승리한 자가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이렇게 폭력의 고리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인간의 폭력성에 대해 깊은 고찰을 보여준 영화가 있다. 몇 년 전 개봉된 미국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이 만든 '폭력의 역사'로, 인간이 어떻게 폭력을 정당화하고 숭배하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한 가정의 평범한 가장인 주인공은 자신의 식당에 들이닥친 살인강도들을 제압하고 사람을 구하면서 마을의 영웅이 되고 매스컴에까지 대서특필된다.
그러나 그는 원래 갱단의 킬러였으며 그것을 철저히 숨기고 살아왔으나 이 일로 과거의 갱단 두목으로부터 협박을 받는다.
가장의 과거를 알게 된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한 그는 자신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무지막지한 폭력을 다시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가정으로 돌아온 그를 가족들은 말없이 받아들이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이 영화는 새사람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려는 주인공을 사회가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 다시 폭력의 세계로 내몰고 있다는 점을 인과의 고리로 걸어두고 있다. 생존과 방어 수단으로서의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고 영웅시 될 수 있다는 암묵적 전제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의 순진한 아들이 아버지의 행위가 영웅시 되자 자신을 괴롭히던 문제아들에게 폭력으로 대항하게 되고 후에 아버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살인하게 되는 장면은 폭력에 대한 또다른 점을 시사한다. 인간의 내부에는 자신도 모르는 폭력성이 잠재되어 있으며, 그것은 윗세대로부터 무의식적으로 학습되어 대물림된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끝없이 폭력에 시달려온 비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폭력을 막기 위해 더 큰 폭력을 사용하고 이것을 방어적 폭력으로 정당화하고 영웅시하면서 다음 세대로 전이된다는 점이다.
용산 철거민 사태도 자신의 이익을 다투기 위해서 폭력적 방법을 강구한 개인과 제도적 폭력으로 이를 제압하고 무마하려고 한 경찰 간의 충돌이 일으킨 비극적인 사건이다.양측은 서로 상대방의 폭력을 비난하면서 자신의 폭력은 정당화하려 한다. 그러나 냉정한 시각에서 바라보자면 양측 모두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라는 것이 대부분의 국민들의 생각일 것이다.
자신을 보호해 주어야 할 국가로부터 오히려 권리와 이익을 침해당했다고 생각하는 국민으로서는 강경한 태도로써 이에 대항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사회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법을 집행할 수밖에 없는 경찰로서는 폭력을 막기 위해 또다른 폭력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철거민 개개인도 그러하지만 경찰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폭력의 희생자로 남고 말았다. 폭력이 얼마나 나쁜 행위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폭력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이를 정당화해 온 것이 폭력의 역사가 지속되어온 이유일 것이다. 인간 역사에서 폭력이 없는 시대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인가라는 암울한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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