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최근 정부의 공기업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때문에 경영진은 노조와의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제도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노동조합의 불복과 무효소송이 충분히 예견된다. 하지만 호봉이나 연공 중심의 보상제도는 오늘날 글로벌 경쟁체제에 맞지 않는 제도라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기 때문에 노조가 동정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사기업들이 1997년 구제금융 사태를 겪으면서 전통적 연공주의 보상관리 방식을 버리고 미국식 제도를 받아들인 지도 20년이 되었다. 그것은 이제 철밥통으로 불리는 정부와 공공 부문을 제외한 모든 조직에 이식되어 정착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성과주의 보상제도는 엄정한 성과평가와 그에 대한 인센티브를 통해 경쟁을 유도하여 근로자들의 동기를 자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성과보상제에 의한 연말 인센티브가 보통 월급쟁이들의 연봉 총액을 상회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능력이 뒤지는 근로자들의 삶은 상대적으로 팍팍해지고 있고 부익부 빈익빈 상황도 고착화되고 있다. 1900년대 초 테일러에 의해 미국 전역에 성과급제가 도입된 이래 차별적 대우 문화에 익숙한 미국인들도 최근에는 너무 벌어진 빈부격차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다. 실제 부의 양극화 해소를 슬로건으로 내건 민주당 대선 후보 버니 샌더스의 인기는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보다도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공기업의 성과보상제 도입의 성공여부는 과연 공정한 평가와 분배가 이뤄질 것인가에 달려있다. 우리 사회에서 성과주의 보상제도는 공정한 평가로 동기를 부여하기보다는 편파적 평가로 줄 없고 배경 없는 선량한 근로자들의 사기만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성과주의 수출국인 미국은 통제보다는 자율에 기반하여 사람을 관리하는 전통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평가결과에 대하여 깨끗하게 승복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조직이 철저하게 관료화되어 있고 통제를 즐기는 한국 사회 같은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성과는 개인적 능력보다는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근로자들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경쟁에 몰입하기보다는 상사의 눈치에 더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평가자들이 개인의 능력보다는 사람을 평가하는 고질적인 관행 때문이다. 서열의식이 뚜렷한 공공분야에서 이러한 관행이 극복되기는 쉽지 않다.

 국민이 보기에 공기업들이 과연 정당한 성과급제를 시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도대체 성과를 올리지도 못했는데 돈이 남아돈다고 매년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이것에 대한 제재도 없다. 이와 같은 관행이 성실하게 살아가는 다수의 근로자들에게 얼마나 박탈감을 안겨주고 사회 전반의 위화감을 조성하는지 정부와 공기업 노조는 간과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야말로 평가의 파벌주의와 귀족노조의 이기주의를 철저히 배격하고, 진정으로 공공분야에서부터 공정한 평가와 분배를 이뤄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고 신뢰가 넘치는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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