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충북대 교수·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

[이장희 충북대 교수·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금수저가 아닌 경우에는 일을 해서 먹고 살기 위한 방편을 만들어야 한다. 인간태생은 신성한 근로의식을 갖고 노력하면서 정신과 육체적으로 건전한 삶을 사는 것이 기본이다. 아무리 금수저라 해도 해야 할 일이 없다면 타락하며 정신적 피폐를 벗어나기 어렵다. 입에 풀칠하기 위해 힘든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이도 상당수 있지만 정신 건강을 유지하면서 일생을 마감하고 그것이 바로 인간의 일생이다.

 일을 해야 살맛이 난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볼 일이다. 고대 농경사회에선 직업이 없었고 먹고 일하고 사는 것이 전부였던 시대에서 산업이 발전되고 세상이 바뀌면서 2만여 종의 직업종류가 존재하게 되었다. 이에 맞는 인력을 구하고 또 양성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에 고용불일치해소에 집중하고 노력해야 하지만 난제임에는 확실하다.

 산업수요에 적합한 양질의 인력을 양성하고 활용한다는 것이 이상향일 수도 있지만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논란의 대상에 항상 오르내리는 것이다. 최근 청년실업이 증가하고 있다. 모든 정권마다 청년실업을 줄이기 위해 청년일자리 창출이나 청년고용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청년실업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만성적인 부실 경제구조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청년들은 청년대로 일할 자리가 없다고 하소연하며 일자리를 늘려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과도한 경쟁이 발생하고 취업사교육비가 늘어나고 있어 사회·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NCS에 기반한 능력중심채용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명제가 대두되고 있다. CEO들의 일반적인 불만이나 부족함은 뽑고 싶어도 뽑을 사람이 없고, 쓸 만한 사람도 없다고 하는데 더 큰 문제는 쓸 만하게 만들어 놓으면 떠나버린다는 것이다. 직무에서 요구되는 능력에 적정한 채용기준을 만들고 이에 걸맞는 인재를 교육 양성하는 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 과거 학벌·지연 ·혈연을 바탕으로 뽑거나 대규모 공채를 통해 '만능 인간'을 뽑는 관행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좋은 대학 나오면 두루두루 어떤 일도 잘 해낼 수 있고 직무와 무관한 스펙을 갖춰도 채용하던 시대에서 필요한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수시로 뽑고 직무별 직군별 능력을 평가하는 채용제도로 변화되고 있다.

 기업은 이제 스펙중심의 일반형보다는 필요한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을 확산하고 산업수요에 맞도록 채용일정이나 필요한 정보를 공개해 수시로 모집할 수 있어야 한다. 직무중심의 인사제도로 개편하는 등 인사관리 시스템을 혁신하여야 한다. 필요한, 쓸 만한 사람이 없다는 타령을 50년씩이나 반복하는 것도 이제 멈춰야 한다. 대학이나 고등교육에서 직업교육을 할 때에도 채용을 '수요자 중심'으로 또한 미래에 어떠한 직업이 필요한지, 그리고 경력을 개발하는 형태의 전문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경력단절을 고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개인이 가진 능력이 타인이나 대물림으로 전수되고 발전되어야 사회적 기술 수준이 퇴보하지 않게 될 것이다. 또한 직업교육과 직업훈련을 연계시키면서 능력중심의 학습이 가능하도록 교육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기업도 대학이나 고교에 아낌없는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능력과 학력이 동등하다는 판단이 설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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