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요즘은 주요한 판결이나 이슈가 될 만한 판결들이 포털사이트에 많이 소개되고,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이러한 판결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이 매우 용이해졌다. 변호사로서 외부활동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화주제가 마땅치 않을 때 이러한 판결을 언급하면서 해당 판결의 구체적 타당성을 물으며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한밤중 집에 침입한 도둑을 때려 뇌사에 이르게 한 사람에게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고 실형을 선고한 판결이 타당한 것인지를 묻는 식이다. 이러한 종류의 질문만큼 많이 받는 질문은 바로 '전관예우가 실제로 있는지'이다.

 마약을 밀수하였음에도 전관 변호사를 사서(?) 집행유예를 받은 적이 있다는 수형자로부터 접견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집행유예기간 중에 마약범죄를 다시 저질렀는데 벌금으로 빠져나갈 수만 있다면 돈이 얼마가 들어도 선임을 하겠다는 것이다. 대답은 단순했다. '정상적으로 검사가 수사를 하고 판사가 재판을 한다면 불가하다'는 것. 그 사람은 판사 출신 변호사가 가능하다고 하여 1억 원을 주고 선임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1심 재판부에선 당연하게도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그 변호사는 항소심에선 반드시 가능하다며 추가로 1억 원을 주고 선임을 하라고 했는데 항소심을 맡기는 것이 미심쩍어서 상담을 의뢰했다는 것이다. 단호하게 대답했다. 지금 벌금형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확률상 사기에 가깝다고. 현 시점에서 전관을 예우하는 판사나 검사들이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확실한건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전관예우가 있다고 믿고 있고, 전관 출신의 변호사들 중에는 그러한 신뢰를 이용하여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 법조계는 정운호 사건에서 촉발된 법조비리게이트로 매우 시끄럽다. 일반인은 물론 대다수의 변호사들조차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수임료에 부장판사,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이 구속되기까지 한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법조계의 썩은 부위를 이제는 도려내야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그 해결책으로서 '평생 법관(검사)제'가 언급이 되고 있다. 물론 지금도 대부분의 판검사들은 정의 실현에 이바지한다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가족과 보내야 할 소중한 저녁시간까지 반납하며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옷을 벗은 후에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판검사로 임용될 무렵 가졌을 순수한 정의 관념은 변호사가 되는 순간 돈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휴지통에 버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평생법관(검사)제의 도입으로 전관예우 발생을 근원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음성적 사법비용의 지출을 막고 판검사에 대한 국민의 존경심을 고취시킨다면 사법신뢰가 회복할 수 있다는 도입 필요성에 관한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직업선택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어도 중대한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제도를 잘 정비하여 도입하면 위헌논란을 피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판검사로서 평생 정의롭게 직무를 수행하고,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이 보편화된다면 정의를 말하지 않는 우리 사회도 변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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