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SNS 밴드에 재미있고 유익한 글을 올리는 분들이 있다. 몇몇 분들이 부지런히 글을 올리는데 이 분들이야말로 '새 나라의 어린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오늘은 할아버지가 법륜스님에게 질문한 내용이 밴드에 올라와 있어 이 글을 좀 공유하고자 한다.

 법륜스님의 강연이 시작되자 어떤 할아버지가 질문을 하셨다. 노년의 삶에 대해서 묻고 어떻게 하면 죽을 때 기분 좋게 웃으면서 죽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고 한다. 이에 스님은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예쁘다"고 답했다. 이어 "봄꽃은 예쁘지만 떨어지면 지저분해요. 그래서 주워 가는 사람이 없어요. 빗자루로 쓸어버리지요. 그런데 잘 물든 단풍은 떨어져도 주워가죠. 때로는 책갈피에 껴서 오래 간직하기도 하죠. 그러니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예뻐요. 잘 늙으면 청춘보다 더 낫다 이런 이야기예요"라고 말했다. 참 멋진 말씀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최근 화두인 '웰다잉'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대부분 어른들은 '자는 듯이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들을 하시지요. 그런데 그건 욕심이에요. 부모든 자식이든 남편이든 아내든 누가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면 충격이 크지요. 죽은 뒤에도 쉽게 안 잊어져요. 그래서 죽은 뒤에도 그리워서 계속 웁니다. 자식은 부모한테 '효도도 제대로 한번 못해 봤다' 이렇게 울면 살아있는 사람은 슬프지만 죽은 사람은 어때요?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떠나죠. 영혼은 떠났고 시신은 태우거나 묻어서 썩어버렸는데 계속 울게 되면 이 영혼이 가요? 못 가요? 못가요. 그래서 뭐가 되요? 무주고혼(無主孤魂)이 돼요. 살아서도 애 먹이더니 죽어서까지 애를 먹이게 돼요. 영혼도 무주고혼이 되고 살아있는 사람도 힘들거든요. 그러니까 죽을 때 어떻게 죽어야 된다? 애를 좀 먹이고 죽어야 돼요. 아시겠어요? 옛날 같으면 한 3년은 병석에 누워가지고 자식이 똥오줌을 받아내도록 이러고 죽어야 되요. 그러면 처음에는 '아이고 어머니 아버지' 이러다가 한 3년쯤 끌면 속으로 다 마음이 이렇게 변해요. '아이고 마 죽지!'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요? 안 그래요? 그때 죽어야 돼요. 그러면 돌아가셔서 울어도 그냥 형식적으로 울지 하나도 미련이 안 생겨요. 이걸 '정을 뗀다'고 그래요. 그러면 자식도 너무 그렇게 애달프게 안 우니까 살아있는 사람도 편해요. 그래서 애를 조금 먹이고 죽어야 된다. 그래서 자는 듯이 죽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요즘 참 좋아진 점이 자식들이 부모에 대한 정이 3년까지 안 가도 3개월만 누워있으면 정이 딱 떨어져요. 그래서 요즘은 한 3개월만 좀 앓아 누워줘도 '아이고 마 돌아가시지' 이렇게 돼요. 그래서 요즘은 고생 안 해도 되요. 3개월만 고생하면 되니 얼마나 좋습니까?

 여기까지이다. 요즘 세태를 꼬집으면서 죽음조차 즐기는 말씀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죽음조차 유유자적하시는 분도 있으신데 6학년이 다 된 나는 오늘도 부부싸움을 하고 잔다. 언제 죽더라도 집사람에게 남길 정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유비무환(有備無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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