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주 선문대 교수

[안용주 선문대 교수] 19세기 독일의 시인, 음악가, 문화비평가, 심리학자, 미학자, 철학자이며 특유의 공격적 비판으로 '신은 죽었다'고 한 실존주의, 포스트모더니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현대철학의 근간을 이룬 니체(1844-1900)는 '하루의 3분의 2를 자기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은 노예다'라고 외쳤다. 이를 인용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1919년에 설립된 ILO(국제노동기구)는 같은 해 워싱턴에서 '공업부문 사업장의 근로시간을 1일 8시간, 1주 48시간으로 제한'하는 협약을 채택했다.

 ILO가입(1991) 25년째인 한국은 통계가 시작된 2000~2007년까지 최장 노동시간(2,512시간)을 자랑하는 부동의 1위 국가였다. 2008년 멕시코(2,237시간)가 한국(2,163시간)을 앞질러 1위를 내 준 다음 2014년(2,285시간)에 멕시코(2,228시간)를 제치고 다시 1위를 탈환했다. 한국근로자 5명 중 1명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법정초과근로 한도인 1주 52시간을 넘겨서 일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한 술 더 떠서 한국정부는 3번이나 '비정규직·이주노동자·여성에게 고용차별을 하는 나라'로 분류되어 ILO의 감독을 받고 있다.

 ILO는 기본인권 및 고용 등 여러 분야 가운데 특히 근로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다루는 4개 분야 8개 협약을 핵심으로 분류하여 187개 회원국에 비준과 이행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은 이 가운데 강제노동금지 분야의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제29호), 강제노동 철폐에 관한 협약(제105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제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제98호)에 가입하지 않는 것을 한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또한 ILO가 권고하는 189개 협약 가운데 한국정부가 비준한 협약은 겨우 27개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경제양극화, 저출산·고령화, 사회취약계층 증가 등에 의한 빈곤율·자살율 증가는 유니세프 기준 아동 행복지수 OECD 꼴찌, UN발표 국민행복지수 157개국 중 58위를 만들어 냈다. 경제력 11위 한국인의 삶의 질이 세계 58위라는 것은 대기업·수출 중심 발전정책으로는 더 이상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의 역설이다.

 삶의 질은 '삶의 가치에 대한 포지셔닝'과 관련된다. 한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측정하는 SRI예측조사는 요구(need)와 가치(value), 신념(belief)으로 구분한다. 야근과 잔업으로 삶을 옥죄고 노는 것을 게으름과 동일시하며 숨 막히게 몰아붙이는 사회,  정신적 빈곤을 양산하는 사회는 미래의 풍요와 행복을 담보할 수 없다. 한국인에게, 우리 자신에게 숨 쉴 권리를, 눈부신 하늘을 바라볼 여유를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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