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굴뚝의 사나이'란 별명을 가진 익살스러운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마치 타잔처럼 가지에서 가지로 날거나 공장의 높은 굴뚝 꼭대기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해서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그 사나이가 어렸을 때는 심한 고소공포증(高所恐怖症)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면 발이 떨리고 숨이 가빠온다. 산에 올라갈 때는 남들처럼 제대로 올라가지만 내려올 때는 겁이나 걸어 내려오지 못한다. 엉덩이를 땅에 대고 미끄럼을 타듯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새 옷이라도 한번 산에 올라갔다고 내려오기만 하면 바지의 엉덩이 부분이 너덜너덜해져 찢어지고 만다. 이랬던 사람이 그 높은 공장의 굴뚝에 올라가고 그 꼭대기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할 수 있게 된 배경을 들어보자.

 별것 아니다. 그는 뒷산에 있는 은행나무에 도전했다. 그러나 그는 하루 10센티미터씩 높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겨우 10센티미터이다. 10일 걸려야 1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 단계씩 올라간 그 노력은 축적되며 마침내 곡예사와 같은 그를 탄생시킨 것이다. 만약 한꺼번에 높은 은행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려 했다면 그는 틀림없이 좌절하고 말았으리라. 원대(遠大)한 것, 곤란한 것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이것 밖에 방법이 없을 것이다.

 이 점진방식(漸進方式)이야 말로 큰 포부를 가진 자라면 누구나가 명심해 둬야 할 참으로 효과적인 방법이 아닌가. 지금은 어떤 사회단체의 사무총장으로 있는 K씨의 경우를 보자. 그는 대학교 2학년 때 폐병 3기였다. 그 당시 결핵은 불치의 병이었다. 그저 안정 제일하고 소화제나 해열제만을 먹으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과감히 사병(死病)에 도전한다.

 투병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충실히 실행했던 것이다. 일광욕도 처음 날에는 발가락, 그 다음날은 발목, 그 다음날은 넓적다리 등. 이런 식으로 범위를 넓혀간다. 손도 마찬가지다. 그런 다음 몸 전체의 일광욕으로 한 발자국씩 넓힌다. 다음에는 산보, 처음 날은 열 걸음, 그 다음날은 열다섯 걸음. 2~3개월이 지나자 본인 스스로가 느낄 수 있을 만큼 원기를 회복했다. 드디어 그는 폐병을 이겨낸 것이다. 이때만 하더라도 폐병환자는 외부인과 별도로 격리시켰다. 홀로 생활하며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시절이었으니까 얼마나 암담하였겠는가.

 일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일일수록 한 걸음, 한 걸음씩 진행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티끌 모아 태산이 된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 태산이 될 때까지 하나하나씩 쌓아가는 것이다. 너무 무리를 하면 쓰러지고 한번 쓰러지면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되어 버리기 쉽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 하지 않는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