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교육청, 학생 조기등교 금지 등 지시
56개 고교 중 6개교만 9시 이후 1교시 시작
더 집중" "불안하다" 찬반 논란도

[충청일보 김규철기자]김병우 교육감이 취임 후 오전 8시를 전후해 시작하던 '0교시' 수업을 폐지했으나 대부분의 일선학교는 1교시를 8시30분 전후에 시작하고 있어 형식적인 '0교시' 폐지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은 지난 2014년 7월 일선학교에 공문을 보내 정규수업 전 수업을 전면 중단하고 아침활동을 명목으로 한 학생의 조기 등교 금지 등을 지시했다.

이는 김병우 교육감의 선거 출마 당시 공약인 0교시 수업 폐지를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당시 도교육청은 학생들이 아침식사를 하지 못하거나 수면부족으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본보가 '0교시' 수업 폐지 실시 2년을 앞두고 충북도내 56개 고교의 등교시간과 수업시작시간 현황을 파악한 결과 대부분의 고교에서는 8시30분~8시40분에 1교시를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지역의 경우 금천고는 오전 8시30분까지 등교하고 9시10분에 1교시를 시작해 학생들이 등교 후 자율적 시간을 갖고 몸과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으나 봉명고, 산남고, 상당고, 서원고, 주성고, 청원고, 청주외고 등은 오전 8시30분까지 등교해 10분 뒤인 8시40분부터 1교시를 시작하고 있었다.

세광고는 오전 8시30분까지 등교해 같은 시각에 1교시 수업을 시작하며, 청주여고는 8시30분까지 등교해 5분 뒤인 8시35분에 1교시를 시작하고 있다.

반면 오창고는 9시까지 등교해 9시10분에 1교시를, 충북고는 8시50분까지 등교해 곧바로 1교시에 들어가 나름대로 학생들의 수면권과 아침식사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이처럼 청주지역 21개 학교 중 9시 이후에 1교시를 시작하는 고교는 금천고와 오창고 등 2개 학교 뿐이었으며 나머지 19개 교는 8시30분~8시50분에 1교시 수업을 시작했다.

청주 이외의 지역에 있는 35개 고교 중 9시 이후 1교시를 시작하는 학교는 주덕고, 충주대원고, 충주 중산고, 보은여고 등 4개 학교 뿐이었다.

특히 형석고는 오전 7시50분까지, 황간고는 8시까지, 충북과학고와 일신여고, 청석고는 8시 10분까지 등교하도록 하고 있어 지나치게 일찍 등교를 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도내 각 고교마다 각기 다른 등교시간과 1교시 시작시간에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교육계 관계자와 학부모들은 찬반양론이 일고 있다.

'0'교시 수업 폐지를 찬성하는 교육계 관계자와 학부모들은 "고교생의 경우 대개 새벽 1~2시까지 공부를 하고 있어 아침 일찍 깨우기가 쉽지 않다"며 "잠을 덜 깬 상태에서 수업이 시작되면 공부가 제대로 될 수 있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청주 모 고교 3년 생 자녀를 둔 학부모 A 씨(48·여·청주시 상당구)는 "밤 11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와서 새벽 2시까지 공부하고 또 다시 아침 일찍 깨우려면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며 "아침에 20~30분만 더 자고 등교하면 공부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도 "아침에 일찍 등교를 시킨다고 해서 공부를 모두 잘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아침 시간에 몸과 마음을 정리하고 수업에 들어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학부모 B 씨(42·여·청주시 상당구)는 "아침 일찍 학교에 가야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0교시를 폐지하려면 전국 모든 고교에서 함께 없앴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일부 시·도에서만 이를 없앤 것이 잘한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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