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형 김천대 교수

[김기형 김천대 교수] 우리는 6월 4일부터 6일까지 즐거운 연휴를 보냈다. 6일은 현충일이었고, 5일은 환경의 날이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현충일 전날인 6월 5일이 환경의 날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을 것이다. 현충일과는 달리 환경의 날은 그냥 조촐하게 관련 단체에서 환경에 관한 담화문을 발표하는 정도로 이 날을 기념하는 것 같아 애석한 마음이 든다.

현충일은 대한민국을 수호하다가 돌아가신 호국영령을 기리는 날이다. 모든 국민들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소중한 목숨을 바친 애국지사 그리고 국군용사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과거 외세의 위협과 현재 북한의 도발에 굴하지 않고 목숨으로 조국을 수호하신 분들을 우리는 항상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환경의 날은 얼핏 보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날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늘날 환경문제는 우리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환경문제로 인해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과거 개발성장기에 환경문제를 별로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고 초고속 경제성장에만 몰두하였다. 그러다가 그렇게 하찮게 여기던 환경문제로 인해 현재는 아주 큰 대가를 치루고 있다.

예를 들어 몇 년 전만 해도 봄에 중국에서 발원하는 황사로 인해 한반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봄에 발생하는 짙은 먼지가 오직 중국에서 한반도로 날아 들어오는 것으로만 여긴 것이다. 그러나 짙은 먼지가 봄뿐만이 아니라 다른 계절에도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그때부터 원인을 찾기 시작했고 연중 발생하는 짙은 먼지의 주범은 도심 근처에 집중해 있는 공단에서 내뿜는 공해물질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래서 정부는 수도권 및 대도시 근처에 있는 공단을 분산시키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공해물질을 줄이는 정책이 아니라 공해물질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호흡기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이로 인해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원인은 역시 환경문제이다. 구체적인 유해물질은 미세먼지로 판명되었다. 미세먼지란 아주 작은 입자로 사람들이 이를 흡입할 경우 천식, 두통, 아토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임산부나 노약자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더욱이 미세먼지가 식물의 잎에 쌓이게 되면 식물은 광합성, 동화 및 증산작용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어 죽게 된다고 한다.

지난 달 환경부는 미세먼지의 주범을 경유차로 발표하였다. 환경부는 경유차를 억제하는 정책을 시행하면 경유차가 점차 없어지고 이에 따라 미세먼지가 감소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일각에서는 경유차를 억제하게 되면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경유차 억제 정책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의 주범은 화력발전소라고도 주장한다.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미세먼지의 정체를 알고 있다. 그 다음은 미세먼지에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이냐를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 항상 환경문제를 논할 때는 경제적 이익과 충돌한다. 환경을 중요시하면 경제가 죽고 반대로 경제를 중요시하면 환경이 죽는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곧 지구를 ‘우리 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100년 정도가 지나 6월 5일을 환경의 날이 아니라 환경문제로 인해 대책 없이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는 날로 기념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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