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김진웅 수필가] 며칠 전 승용차가 정지선에 서지 않고 통과하더니 오토바이도 스치다시피 지나갔다. 분명히 녹색신호라 횡단보도를 건넜는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안전불감증'에 대하여 생각하며 실망하게 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많은 안전불감증으로 인해서 발생한 사고가 많았다. 그 사례로 세월호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위도 페리호 침몰사건, 성수대교 붕괴, 씨랜드 화재 사건 그리고 최근에 있었던 경기 남양주시 지하철 공사장 사고,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서울 광진구 구의역 사고 등 셀 수 없이 많다. 대부분 인재(人災)라 더욱 가슴 아프다. 각종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관계당국이나 사업체에서 재발 방지를 굳게 다짐하지만 잊힐만하면 어김없이 또다시 사고가 일어난다.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안전불감증을 바로 잡아야 한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올해는 기후가 슈퍼엘니뇨에서 라니냐로 바뀌면서 기상이변으로 인한 집중호우와 강력한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걱정이 앞선다. 온 국민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철저한 사전 예방과 대비로 피해를 최소화해야겠다.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유학 온 어느 대학원생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고 필자도 많은 공감을 하였다. 그 기사 중 일부분이다.

 "한국은 총기 사건에 대한 문제가 상대적으로 없는 대신 다른 유형의 안전 문제를 갖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 사회에서는 안전불감증에 대한 문제가 자주 떠오른다. 한국에서 오래 지내면서 나 역시도 안전불감증 상황을 많이 목격한다. 학교 근처 골목길의 횡단보도 신호등이 파란불이어도 그냥 지나가는 택시를 자주 보게 되고, 길거리에 있는 소화전 바로 앞에 주차하는 차도 많다. 또 집 뒤에 있는 공사장에서 헬멧을 쓰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하루는 공연장을 갔는데 비상구 앞에 상자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이런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더 큰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다. 세월호와 판교 공연장 사고는 한국의 안전 의식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대형 사고라고 생각한다.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관계자들뿐 아니라 시민들의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하는 생각 때문에 최근까지도 이런 사고들이 계속 일어나는 것만 같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처음에 가장 어색했던 것은 '빨리빨리'문화이다. 이런 문화 속에서 더 빨리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 가끔은 안전이 뒷전으로 간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느낌을 갖는 사람은 그 외국인 학생뿐이 아닐 것이다. 이제 우리는 '빨리빨리'나 '설마'같은 사고방식을 과감하게 뿌리 뽑고 안전의식과 질서의식을 정착해야 한다. 안전에 대해 무감각하거나, 안전하지 못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설마 괜찮겠지'라며 생각하고 행동하면 결코 안 된다. 더 이상 세월호 참사 같은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자연재해에도 철저한 예방으로 피해를 최소화하여 더욱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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