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청, 1인당 5500원 지원
돈 안되니 기피… 형식적 검진
페널티 줄 수 있는 규정도 없어

[충청일보 김규철기자] 충북 청주시 금천동에 사는 학부모 A씨(41·여)는 지난 23일 초교 3년생인 딸의 구강검진을 위해 인근 치과의원에 문의전화를 걸었다가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전화를 받은 치과 관계자는 "구강검진은 예약을 받지 않는다"며 "한가한 시간도 알려줄 수 없다"고 답변해 A씨를 화나게 했다.

이어 "개인진료예약은 받지만 구강검진은 예약을 받지 말라고 원장님이 지시했다"고 말해 구강검진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교육부가 매년 초교 2·3·5·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구강검진사업이 일선 치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은 올해 초교 2년생 1만 4062명, 3년생 1만 4837명, 5년생 1만 3100명, 6년생 1만 4161명 등 총  5만 6160명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구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에 대한 정기적인 건강검사를 통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와 예방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하며 이상이 발견된 학생에 대해서는 건강상담 및 치료, 보호 등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 건강을 보호·유지·증진하도록 하기 위해 실시되는 구강검진은 각 학교별로 인근 치과와 계약을 맺고 1인당 5500원을 치과에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검진비용이 일반 진료나 발치, 임플란트 등 최소 몇 만 원대부터 수백만원에 이르는 다른 치과진료와 달리 지나치게 적어 일선 치과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청주지역의 경우 228개 치과 중 초교생 구강검진을 하겠다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한 치과는 162개로 29%정도는 구강검진을 하지 않고 있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더욱이 일반적으로 치과에서 충치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파노라마영상 등 X-선 촬영을 하는 반면 학교 구강검진은 치과의사가 눈으로만 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쳐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예산낭비 지적과 실효성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사례처럼 치과에서 불친절하거나 예약을 받지 않는 경우에 대한 도교육청이나 지역의 교육지원청에서는 예산을 지급하고 있으면서도 명확히 정해진 규정이 없어 지도감독을 할 수 없으며 오히려 부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구강검진과 관련해 페널티를 줄 수 있는 규정은 없다"며 "문제가 되는 경우 내년에 계약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는 있지만 즉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청주 상당보건소 관계자는 "민원이 제기돼 금천동 B 치과에 지도를 위해 다녀왔지만 치료를 거부한 것은 아니어서 처벌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돈이 없어서 이 제도를 이용해 자녀의 구강상태를 확인해야만 하는 학부모는 얼마나 서럽겠느냐"며 "구강검진을 통해 충치여부를 확인하게 되면 그 치과에서 발치를 하게 되고 그렇게 연결되다보면 단골이 되는데 치과 의사들이 너무 코 앞만 보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A씨는 이같은 내용을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민원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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