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웅ㆍ소설가

얼마 전에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조선 중앙tv를 통해서 십년 동안 못 보던 짓을 했다.
남한 정부가 대결 정책을 선택하였기 때문에 우리는 혁명적 무장력으로 그것을 짓부수기 위한 전면 대결 태세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는 성명서였다.
정책과 외교를 말하는 것인데, 왜 군 대변인이 나와서 싸울듯이 말하는 것인가. 오래 전부터 북한이 항용 써오던 수법 중에 하나였지만, 십년 동안 안보이던 모습이 mb 정권이 들어서서 나타난 것이다.
2009년 1월 17일에 있었던 총참모부 대변인의 성명서는 mb정권 출범 이후 계속되어 온 북한의 다른 대결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2008년 3월 30일에 조선중앙통신 군사논평을 통해 '우리 식의 앞선 선제타격이 일단 개시되면 불바다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이 잿더미로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4월 3일, 인민군 해군사령부 대변인이 '서해에 전투함선을 들이밀면 예상외의 대응조치가 따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5월 8일 조선중앙통신 군사논평으로 '군사적 긴장과 대결이 격화되면 충돌은 일어나게 되며 그것은 다시 제3의 서해교전, 제2의 6·25전쟁으로 번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10월 28일, 군사회담 북측대표단 대변인이 '우리 군대는 역사적인 북·남선언들과 군사적 합의들에 대한 괴뢰들의 노골적인 파기행위가 계속되는 경우 우리가 취하게 될 중대결단을 강력한 군사적 힘으로 담보해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09년 1월1일 신년 공동 사설에는'우리의 총대는 원쑤들의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이라고 했다.
모두 선전포고처럼 들린다.
십년 동안 남한에서는 열심히 퍼주고, 두 명의 대통령이 평양으로 달려가 그쪽의 최고 권력자를 달래는 일을 했다. 남한에서는 십년 동안 할만큼 했던 것이다.
mb 정권이 그 동안 해왔던 햇볕 정책을 수정한 것을 가지고 언급할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햇볕 정책이라는 것을 십년간 했으나, 얼마만한 성과를 얻은 것일까 하는 회의가 없지 않아 있으며, 보수층에서는 그것을 수정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정권으로 바뀌면서 햇볕 정책이 수정될 수 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때문에 북한은 불만이 있어도 그것을 가지고 시비를 걸 수 없다.
오히려 북한도 자세를 바꿔서 그럴수록 더욱 친밀하게, 우호적으로 군다면 한국의 보수층 정서를 다독거릴 수 있고, 그렇게 되면 mb 정권도 국민적인 정서를 외면할 수 없어 자연히 친북적인 정책을 구상하게 될 것이다.
강경한 대결 정책은 북한에서 오랜 세월 해 왔던 전매특허인데, 한국 정부가 잠시 멈춰서 생각해 보자고 했다고 해서 한판 붙어 보자는 것은 최선의 전략이 못된다.
뼈속까지 좌익 사상이 물들어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총참모부 대변인이 tv에 나와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을 좋게 받아 들이지 않는다.
북한의 굶주린 민중들을 위해 모금하는 순수한 손길마저 멈칫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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