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인류의 역사 이래 장수와 건강은 인간의 가장 큰 염원이고 본능이다. 창세기는 인간의 수명이 120세 정도가 될 것이라 말하고 있고, 많은 종교들은 불로장생을 최고의 신앙적 가치로 삼고 있음을 부인할 수도 없는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불로장생할 수 있을까? 이 같은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로 남아있다. 인간의 운명에 최초로 도전한 영웅 '길가메시'는 인간으로서 모든 부귀영화를 버리고 가시밭길을 헤쳐 영생을 구하러 모험을 감행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고 누구나 인간의 한계 너머에 닿을 수 있는 길을 알고 싶어 하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길가메시'가 결국 그 영생에 이르지 못하고 인간의 한계로 되돌아오는 결말을 알고 있다. 간신히 불로초는 구했지만 잠깐 사이 사라진 후였고, 젊음을 유지할 유일한 기회마저 잃고 결국엔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그도 늙어서 죽었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만들어 중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역사적 인물 중 진시황도 불로장생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며 영생을 갈망했다. 대규모 탐험대를 동해로 보내 불로초를 찾으라고 명하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천하의 황제라 해도 죽음 앞에서는 남과 다를 바가 없이 49세의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 역사의 영웅 알렉산더 대왕 또한 18세에 테베를 정복하고 20세에 왕이 되어 페르시아 전역을 정복함과 동시에 당시 그리스인들이 세상의 끝이라 여기던 인도의 변방 인더스 강까지 진출하여 전 세계를 장악했지만 영생은 고사하고 끝내 33세에 요절하고 말았다.

 이렇듯 권력과 부를 움켜진 사람들일수록 영원한 권세와 쾌락을 누리려 온갖 비법을 찾고자 하지만 대부분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만 것은 결국 대자연의 섭리를 터득하지 못한 어리석음으로 인해 버림받은 것은 아니었을까. 수십만 년에 걸쳐 우주의 질서와 섭리에 적응하며 살아온 인간은 생물학적 시계를 뇌 한 가운데 두고 그것에 맞추어 육신의 리듬을 익혀왔다. 달의 공전에 따른 낮과 밤의 구별은 인간의 수면과 활동이라는 신체의 리듬을 만들었다. 그리고 호흡은 분 단위로, 심장은 초 단위로, 뇌는 초 이하의 단계로 끊임없이 적응해 가는 리듬의 흐름을 타고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자연의 섭리를 저버리거나 생체의 리듬이 깨어지면 생의 마지막을 고했던 것이다.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은 몸이 불편하거나 병들어 눕기 전에는 건강의 고마움을 알지 못하고 오히려 몸을 무리하게 학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거동을 못해 병상에 누운 환자는 창밖의 벌과 나비, 새 한 마리, 꽃 한 송이도 못내 부럽게 느껴진다. 돈 많고, 권세 있어 고대광실에서 풍족하게 산다한들 허약하고 질병에 허덕인다면 결코 행복한 삶이 아니라 슬프고 가련한 연명에 불과한 것이다.

 인간의 노화현상을 연구한 미국의 세일박사는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시신을 해부해 보았지만 나이가 많아 죽은 사람은 보지 못했다. 사람이 죽는 것은 나이 탓이 아니라 신체의 어느 부분이 다른 장기보다 너무 빨리 고장 났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지극히 맞는 말이다. 불로장수의 비결은 불로초를 찾아 나서는 어리석음이 아니라 신체의 고장을 미연에 예방하는 것이고, 고장 난 부분을 다시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완벽하게 재활하는 것이다. 그것이 곧 자연의 섭리와 리듬에 잘 조화하며 살아가는 방법이고 각종 질병의 노예에서 벗어나 가장 건강하고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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