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자 수필가

[한옥자 수필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최근 일어난 서울 지하철 스크린 도어 사고를 두고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안 고친다"고 모 신문기사는 속담을 인용했다. 또한 임신부들이 연이어 사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서도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치는 것이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속담처럼 뒤늦게라도 외양간을 고치고 소를 마련하면 고초는 따를지라도 문제가 해결될 것인데 안 고친다, 못 고친다고 하니 정말 속담마저 무시하는 문제이긴 하다.

 소를 잃고 뒤늦게나마 외양간을 고치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으나 쓸 만한 외양간을 짓지 못해 애면글면하는 문젯거리가 또 하나 있다.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저출산 국가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문제이다. 앞을 내다보지 못한 탁상행정으로 1960년대에 시작되어 1994년에 폐지한 산아제한정책은 지금의 인구절벽을 만들었다. 그 당시 1주일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예비군 동원훈련에 참석한 젊은이는 훈련 면제라는 사탕발림을 이기지 못하고 정관수술을 서슴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그 시대에 태어나 자란 젊은이는 번듯한 정규직 직장을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시대를 만났다. 그러다 보니 결혼과 출산마저 포기한 세대가 되었다.

 훗날 노인 인구는 날로 늘고 유소년 인구는 지속해서 감소하는 것이 얼마나 심각하게 나라의 절벽을 만드는 일인지 전혀 모르고 오로지 나라의 정책을 잘 따른 애국의 말로다. 나라가 애국을 요구했고 국민은 잘 따랐을 뿐이니 이제 나라는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필자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자녀는 셋쯤은 낳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외둥이보다 다자녀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확연하게 자립심도 강하고 공동체 의식이나 나눔, 협동, 사회성의 발달이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대부분은 경제적인 문제를 내세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자녀는 돈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키운다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도통 먹히지 않는다.

 그래서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겠다고 나섰고 직장을 갖지 못한 사람은 청년창업을 부추겼다. 어린이집 보육료를 나라가 지원하고 창업에 따른 가게 임차료와 인테리어 비용을 일부 지원해주거나 사업자금을 빌려주는 형식인데 7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인 맞춤형 보육정책은 벌써 삐그덕 거리고 있다.

 소 잃은 외양간을 수리하는 일이 이렇게 허술해서야 고친들 또 소를 잃을 것이 뻔하다. 전업주부와 직장주부에 따라 보육지원에 차등을 둔다 하니 이런 차별화는 결국 저출산을 극복하려는 정책으로 또 실패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미래사회를 위해 젊은 인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역삼각형의 인구분포가 현실로 다가온다면. 내 나라가 경로당으로 꽉 채워진다면. 절벽 앞에 선 국민은 어디로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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